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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버지니아 울프 지음 / 대흥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읽은 최악의 번역... 50페이지 읽었는데, 더 이상 읽어내려갈 수 없는 수준이다.
얼마전 "버지니아 울프"를 읽었다. "버지니아 울프와 목마를 타고 떠난 소녀"라는 문장이 언제 내 머릿속에 들어왔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버지니아에 대한 사전 정보는 이것이 전부인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다.
불온한 매력?
난 이 책에서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불온한 매력이라는 수식어가 이해되는 부분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단지 어린시절 버지니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고, 남들이 쉽게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정보 제공으로 책이나 좀 팔아먹어보겠다고 생각한 출판사와 저자의 자본주의적 야합의 결과물 정도로 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책이었다.
그래서,
내가 아는 범주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세월"을 읽어보기로 했다. "버지니아 울프"에서는 이 책에 대한 언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등대로, 올랜도, 자기만의 방, 막간등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하지만, 나는 버지니아 울프를 기억해 보려하면 "세월"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 "세월"은 정말 읽기가 쉽지 않다. 번역이 너무도 엉망이다. 세명의 여자를 이야기 하다가 "그녀"라는 인칭대명사로 문장을 이어가는 부분에서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한참 읽다보면 딸이 엄마가 되고, 다시 엄마라는 것을 생각하며 읽기를 반복해야 한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도 이보다는 읽기 쉬웠을 것이다.
일찌기 안정효는 언젠간 글쓰기를 말하는 글에서 "번역은 창작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모르고 있던 사실을 깨닿는 대목이었다. 나는 믿는다. "번역은 창작이다" 이 책 "세월"은 아무리 곱게 돠도 번역이라 할 수 없다.
따옴표의 사용도 엉망이다. 캐릭터가 말하는 부분을 따옴표 없이 서술해 놓았다. 이런 것이 책 읽는 것에 무슨 문제가 되겠냐 싶었을 법도 하건만, 정말이지 읽을수가 없는 수준이다.
삼십몇페이지에서는 한장이 누락되어 있는 느낌이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마틴에게 화를 내는 로즈(로즈, 로지... 난 다른 사람인줄 알았다)는 시공을 초월하는 대사를 해 버리고만다. 분명 한장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같다.
처음에는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을 욕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시스템을 탓한다. 출판사가 문제인 것 같다. 이런 번역으로 책이 출간될 수 있는 엉터리같은 시스템으로 책을 만들고 있는 대흥을 미워하기로 했다. 욕하기로 했다.
내가 이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덮게 된다면... 단언하건데, 두번다시 대흥의 책을 사지 않는 노력을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을 구매한 다수의 사람들이 "돈키호테1"과 "수레바퀴 밑에서"를 읽었다는 내역을 보고 마음이 수그러지는 것을 느낀다. 어딘엔가 있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난듯한 느낌이다.
이번주까지만 읽어보고 그래도 읽지 못하겠으면 다음주부터는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 안정효의 "낭만파 남편의 편지"같은 인간의 깊은 내면까지도 꿰뚫어 보는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