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 - 마광수 에세이
마광수 지음 / 철학과현실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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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이 헤픈 여자를 좋아한다. 내가 말하는 '사랑이 헤픈 여

자'는 무조건 이 남자 저 남자를 바꾸어가며 사랑을 하는 '잡식형

(雜植型)의 여자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춘향이처럼 한 번 사랑

에 빠져들면 섹스(내가 말하는 섹스는 '성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페팅'의 의미에 더 가깝다)에 용감한 여자, 그런

여자를 나는 '사랑이 헤픈 여자'로 본다.

([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 마광수(2007) 중에서)

 

이 글의 서론으로서는, 춘향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인상으로 '절개'

를 지켜낸 여인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여자들이 주인공인 많

은 문학과 역사에 있어서 독자와 후세에 오래도록 사랑받는 여인

들은 '헤픈 정렬'을 가지고 있으며, 춘향 또한 기생도 아니면서

이몽룡을 만나자마자 급히 사랑하여 결혼식도 없이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면에서 다른 주인공들과 구별될 부분은

없다고 생각된다.

춘향 역시 '헤픈 여자'여서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절개를 지킨 것은 전후 상황을 무시하고 '남자에게' 절개를 지킨

것이 회자되고 있으며, 이 사회가 아직도 남자의 부속화 되어버린

여인상을 '절개'라고 세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번은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속에서 여

주인공은 남편에게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승락받고, 결혼한다. 이 영화가 끝난 후 "이 영화를 미래지

향적이라고 말해야 하나"라는 말을 내 뱉으며 고민에 빠졌던적이

있다.
'남자의 여자'의 시대가 가면, '여자의 남자'의 시대가 올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직까지도 남자의 여자로서의 여인의 모

습을 강요하고 있으며, 민비, 허난설헌, 오한숙희와 같은 인물들

을 남자는 물론 여자들까지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에 절대적인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으로 중무장한 용기있는 '헤픈 여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 나의 사랑~!

 

(11살인 딸아이에게 몇살때부터 콘돔을 챙겨줘야 할지 오랜만에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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