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에서 연우까지
은지필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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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찬이 결혼을 한다. 오래 짝사랑을 해왔고, 미련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왜 윤찬의 결혼식에 왔는지 제 발을 찍고 싶은 심정이다. 몰래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던 연우의 앞에 나타난 남자. 이 사람이 왜 지금 연우의 앞에 있는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럽다. 4년간 발 뻗고 잠잘 수 있게 하늘이 도와줬다 싶은 시간이었는데 이제 그 시간들과는 안녕해야 하나보다. 갑작스러운 재하의 등장에 연우는 앞이 깜깜해졌다.

 

오빠도 아니고 오라버니. 재하를 부르는 호칭부터 편하지가 않다. 윤찬의 친구로, 단짝 친구인 혜미의 친척 오빠로 오랜 시간 보아 왔어도 재하는 그렇게 늘 불편한 존재였다. 입만 열면 타박에, 상처 주는 말로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눈빛만 봐도 지레 겁먹었던 순둥이 연우에게 재하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피하고만 싶은 사람이었다. 4년 만에 재하를 마주한 순간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를 용기 덕에 꿈틀해보았다. 그런데 오라버니의 반응이 요상하다.

 

윤찬에게 들켰던 자신의 마음이 부담이 될까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났다. 윤찬의 신부가 되었을 거란 생각에 이제 연우와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들렀던 결혼식이었다. 4년 만에 만난 연우는 윤찬의 신부가 아니었다. 연우의 짝사랑이 드디어 끝났음을 확인한 순간 재하는 이게 기회라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윤찬을 짝사랑하던 연우 때문에 참고 참았던, 꾹꾹 눌러 숨기기 바빴던 커다란 마음이 툭 하고 터지니 마음이 급해진다. 연우, 너를 가질 수만 있다면 재하, 이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직진 할 태세다.

 

벌써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 재하의 마음은 아랑곳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건너오는 연우가 기껍기만 하다. 너만을 향한 깊은 마음도 몰라주었던 야속한 사람이건만, 어화둥둥 내 사랑, 자신도 모르게 솟았던 입 꼬리가 내려올 줄을 모른다. 다정함과 멋짐으로 무장한 어른 남자, 재하와 우유빛깔 순두부처럼 말랑하고 예쁜 우리 연우가 너무 사랑스러워 읽고 있는 나까지 두 눈에 하트가 뿅뿅. 

 

눈에서 눈물이 찔끔, 코가 시큰, 입술은 삐쭉. 내내 달달할 줄 알았던 이야기에 울컥해졌다. 연우가 사랑받고 있음에, 엄마의 애틋한 마음에 울컥해서는 가슴 한 구석이 뭉근하게 아려왔다. 아파서 그런 게 아니라 차오르는 벅찬 감정을 어쩌질 못해 시큰하게 아려오는 마음. 나를 웃기며, 울리며 들었다 놨다 하는 재하와 연우 덕분에 따뜻했던 시간이었다. 따뜻함으로 남은 그 기억이 오래오래 내 곁에 함께 해 줄 거라고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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