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 라이즈드
은지필 지음 / 신영미디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오빠의 죽음 뒤에 가려진 음모를 밝히고자 홀로 수사를 해온 서린. 이제 마지막 단서 하나만을 남겨두고 PS그룹의 대표 현도준을 만나러 가야 한다. 사건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자 인물인 그와의 첫 만남은 강렬했다.

 

서린은 복수를 생각했다. 숨겨져 있던 진실을 낱낱이 까발리는 게 무참히 죽어간 오빠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빠의 영면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강렬하지만 껄끄러웠던 도준과의 만남은 사건을 종결지을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서린은 몰랐다. 도준과의 만남이 서린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줄은.

 

처음 도준에게 서린은 체스 판에 놓인 이었다. 아니, ‘이어만 했다. 오랜 시간 숨죽이며 인내했던 시간의 보상을 위해서라면 서린은 결코 도준에게 여자가 되면 안 되는 거였다. 서린을 체스 판의 로 사용하기엔 처음부터 너무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생채기만 가득할 게 눈에 뻔히 보이는 데도 자신도 모르게 향하던 눈길이, 손짓이, 마음이 도준을 내내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사랑할 수도, 그렇다고 미워할 수도 없는 서린과 도준의 위태로운 관계. 앞에 놓인 가시밭길이 이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길지 마음이 아려와 한숨이 푹 내쉬어진다.

 

서린과 도준에게 사랑은 인생에서 무가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앞에 놓인 커다란 숙제를 끝내기에도 벅찼던 시간.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이미 마음의 크기는 제멋대로 커져버려 감당하기 버거웠다. 애써 감정을 숨기기엔 이미 늦어버렸고, 그래서 더 치열하고 열렬하게 사랑하지 않았나 싶다.

 

 

복수와 진실. 서린과 도준을 관통하고 있는 이 두 개의 단어가 내내 머릿속을 굴러다니며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만든다. 쉬이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에 푹 빠지는 건 당연한 수순. 서린은 죄책감을, 도준은 미안함을, 서로에게 나누어주기에는 사랑도 모자랄 지경인데 어찌 감당하려고 주인공들에게 이런 큰 시련을 닥치게 하는 건지 내내 짠하고 내내 아프고 내내 저릿하다. 생채기만 가득했던 시간을 돌고 돌아 드디어 이들에게 다가온 해피엔딩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은 절로. 차가운 이 계절, 제목처럼 달달한 이야기는 아니어도 서린과 도준 덕분에 잠시나마 훈훈한 온기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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