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하트 신드롬 - 개정증보판
심이령 지음 / 청어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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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주의

 

방송국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는 은수. 연인이자 프로그램 PD 승모의 부탁으로 국내 최고의 야구 투수인 최무형을 만나게 된다. 표정도 없고 말수도 없는 이 남자의 차가운 성품에 은수는 무형과의 첫 만남에서 불쾌함을 느낀다. 프로그램 제작과 고등학교부터 친구 사이였던 승모와의 관계로 우연한 만남이 계속 되면서 몇 년간 잠잠했던 은수의 악몽이 다시 시작 되었다.

 

은수의 악몽 속에 등장하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무형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무형은 과거의 은수를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자신은 모르지만 생전 처음 만난 남자는 기억하고 있는 과거. 그 과거의 기억 속에 은수는 무형에게 어떤 여자였을까. 무형과의 불편했던 만남과 은수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연결고리는 풀릴 수 있을까.

 

겨우 찾아낸 잃어버린 기억은 은수를 벼랑 끝에 서게 만들었다. 이를 악물고 복수를 다짐했다. 은수는 복수의 칼날을 겨누고도 자신의 손이 베이는 줄 몰랐다. 허울뿐인 복수에 상처만 깊어갔다. 무형은 그저 침묵의 방관자였을 뿐이었다. 과거의 은수에게도, 현재의 은수에게도.

 

결말을 빼놓고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얼얼한 뒤통수에 정신이 번쩍 든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결말만을 위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할 수도 없는 이야기에 머릿속은 정리하기 힘들어진다. 강렬한 만큼 여운도 길고 오래 남는다. 습하고 눅눅한 장마철 습기처럼 강렬한 여운이 끈덕지게 달라붙어 찝찝함을 동반하지만 장마철 습기가 다 그렇듯이 쉽게 떨쳐내기 힘들다.

 

복잡하게 꼬인 이들의 관계를 사랑이라 정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랑이란 감정에 무지했고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고 하기는 어렵다. 은수와 무형이 나눴던 것은 사랑이외에 다른 감정으로 설명하기 힘드니까. 이런 사랑도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지니 말이다. 뚜렷하고 명확한 게 없어도 여운은 실컷 즐겨 보련다. ‘하게 확실하지 않아도 사랑은 늘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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