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어디쯤에서부터 너였는지
소담길 지음 / 신영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스물둘의 나이에 그 녀석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다. 우재의 어머니가 유언처럼 남긴 한마디가 채정의 어깨에 책임감으로 남았다. 열다섯의 그 녀석은 진중하고 조용했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어른스러웠다. 감춰진 이면에 어떤 마음을 담고 있었는지 몰랐다. 보호자라는 이름의 무게가 채정의 미래에 다른 선택을 하게 했어도 채정은 후회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옆집으로 이사 오고 첫인사를 위해 문을 두드렸던 그 순간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사고로 세상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는 다시 세상이 되어 주었다. 나 때문에 그녀의 어깨로 드리워진 무게가 미안했다. 미안하고 안타까워서 마음 한 자락 내비치지 못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저 생판 남이었던 채정과 우재가 한집에 살게 되었다. 세상은 스물둘의 채정과 열다섯의 우재를 부정이라 손가락질 했다. 세상이 뭐라 해도 둘은 떳떳했다. 그때는 동생과 보호자로 묶인 가족 같은 의미였으니까. 7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난 그 녀석 우재. 소년 같기만 하던 녀석이 이제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이미 지난 시간은 이들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굳건하게 지켜온 마음이 서로에게 닿기만을 바랬다. 살랑거리는 마음이 언제부터 흘렀는지 모른다. 그리움이 간절했던 시간을 돌고 돌아 만난 순간. 터질 것처럼 뛰던 심장은 제자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심 가득 담아 내 마음에 쏙 드는 글이다. 내 취향에 100% 부합하는 글. ㅋㅋㅋㅋㅋ 잠시 시큰둥하던 마음이 어느새 훌훌 날아가 버렸다. 전작에서 느껴지던 가벼움을 덜어내니 훨씬 더 진지하고 애잔한 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우직한 우재의 한결같은 마음에 내 마음도 덩달아 들썩들썩, 간질간질. 우재가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심쿵도 여러 번. 누나는 애가 타서 살살 녹을 지경인데 이 녀석 너무 능글맞기만 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연하남이었다. 그동안 박력 터지는 연하남이 없었던 터라 내심 아쉬워하던 중에 만나 그런지 재탕도 생각날 만큼의 글이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서도 놓지 못하는 책장이 아쉬워져 괜히 섭섭하기도 했다. 마무리에서 살짝 느껴지는 아쉬움은 뒤로 하고 마성의 연하남 우재를 한번쯤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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