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주진욱
소피박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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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이 끌렸던 이유 중에 하나가 아나운서라는 남자 주인공의 직업 때문이었던 것 같다. 흔히 볼 수 없는 직업군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선망의 대상이자 진중하고 젠틀한 느낌이 좋아 나도 모르게 늘 꿈꾸는 남자이기도 하니까.

 

세린에게는 대학시절 열렬히 짝사랑하던 선배가 있었다. 선배의 모진 말에 깊은 상처를 받고 공부를 핑계로 멀리 떠나 버렸다. 선배를 잊기 위한 일념으로, 뒤늦게 타오르는 일에 대한 열정으로 악착같이 매달렸다. 그 결과 세계에서 알아주는 슈즈디자이너로 성공한 세린은 화려하게 귀환했다. 몰려드는 인터뷰에 정신없을 때에 선배가 앵커로 근무한다는 방송국의 토크쇼에 출연을 하기로 한 세린.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그와 마주칠까 그녀의 심장은 두근두근. 그를 만날 생각에 그나마 챙기고 있던 정신도 사라질 판이다.

 

그 남자, 주진욱. 그때는 몰랐었다. 그녀가 주는 사랑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늘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이기적인 마음이 그녀에게 상처가 되는 줄도 몰랐다. 뒤늦게 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정말로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8년이란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드디어 만났다. 그때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녀를 곁에 꼭 잡아두어야 하는데 이 여자,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시종일관 단내를 풀풀 풍기는 두 남녀를 보고 있자니 문득 내 손발의 안녕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애초 기대와 달리 달콤한 냄새가 진동하는 글에 못된 심보가 발동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큰 위기 없이, 악한 사람들 없이 세린과 진욱의 사랑에만 포커스를 맞춘 글이어서 달달한 건 어쩌면 당연한 얘기.

 

재미의 여부를 떠나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글이다. 차라리 호흡이 짧은 중편이었다면 이 아쉬움이 덜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지나치게 달달한 글에 색안경을 끼게 되는 내 탓이 제일 큰 것 같지만. 부디 건필해서 다음엔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바라본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응원하고픈 마음은 가득이니 꼭 다시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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