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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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벌써 1년이다. 아무에게도 그냥 흘러가지 못했던 일상 중에 하루. 꽃 같이 어여쁘던 생명들이 따뜻한 손길 한 번 못 받아보고 차디찬 바닷물 깊은 곳에 영면한지 1. 세월호, 아프고 시리게만 느껴지는 그 이름에 누군가는 절망을, 누군가는 분노를, 누군가는 슬픔을 가슴 깊이 새겨야만 했다.

 

귀한 내 아이를 먼저 보내고 유가족이란 이름으로 남은 부모 열세명의 인터뷰가 담긴 책이다. 금요일에 돌아오겠다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그럴 줄 알았으면 하는 절절한 후회와 좀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못했던 미안함과 남기고 떠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이 뭉텅이져 가슴을 할퀴고 눈시울을 적신다.

 

남들보다 먼저 수습된 내 아이의 주검을 앞에 두고 다른 사람들은 축하한다는 말을 건넨다. 축하한다니... 죽음을 먼저 확인한 부모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다니. 이런 참혹한 현실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아픔을 어루만질 시간도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뛰쳐나갔던 사람들이었다. 믿었던 국가는 이들에게 통렬한 분노만을 남겼다. 이들은 분노를 삭일 시간도 없이 거리로 나갔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싸움의 끝이 있긴 한 걸까.

 

우리에겐 분명 남겨진 숙제가 있다. ‘라는 물음만 가득했던 그 날의 사고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명확한 해답을 내놓아야만 한다. 그게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무참히 뺐긴 아이들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원인만 있고 정작 결론은 없는 비겁한 지금 이 결과에 대해서도 분명 밝혀져야 할 거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얼마나 지난한 시간이 될지도 알고. 소중한 생명들을 잃고 나니 절실해져오는 일이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잊어진다는 말이 있다. 먼저 간 자식을 가슴에 품고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조금 옅어질 수는 있겠지. 단지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현란한 말빨에 속아 넘어가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 날의 진실을 비로소 마주한다. 뉴스와 기사를 통해 전해져 오는 소식들을 모두 믿지는 않았지만 국민들의 귀를 막고 눈을 가렸던 건 사실이니까. 유가족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 눈물 듬뿍 담긴 기록이어서 가슴 아프지만 꼭 읽어야 할 것 같다.

 

그 날의 아픔을 마주하기란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책상에 다른 책들이랑 올려놓고 바라보기만 며칠.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부터 먼저. 한장 한장 허투루 넘기지 못하게끔 쏟아지는 눈물. 휴지 뭉치들이 수두룩하게 쌓여갈수록 답답해져만 가는 마음. 잊지 않겠다라는 말로 위로가 되지 않음을, 결코 위안이 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던 시간. 그래도 잊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기억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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