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미묘한 사이
임시우 지음 / 마롱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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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짝사랑의 기억은 있을 것이다. 딱히 짝사랑이라고 할 것도 없이 보면 설레고 자꾸 보고 싶고 얼굴만 봐도 콩닥거리는 심장을 주체하기 힘들었던 그런 기억 말이다. 대학 시절부터 선배를 짝사랑해온 주안이 여기 있다. 꽤나 친하게 지내 붙어 다닐 일도 많았던 선배여서 아직도 편하게 만나고 있다. 꾹꾹 눌러 담았던 마음이 크리스마스이브에 터져 버린다. 술기운을 빌어 선배에게 애정 빠진 담백한 사이를 제의한다.

 

사소한 거에 신경 써주고 눈치 보고 하는 게 귀찮아서 연애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주익. 아버지가 쓰러지신 뒤 얼떨결에 떠안게 된 아버지의 사업일로 바빠 연애에 할애 할 시간도 없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난 대학 동아리의 모임이 끝난 후 술 한잔 더 하자는 주안을 따라온 주익’. 주안의 발칙한 제안에 어안이 벙벙하다.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어도 아끼는 동생이어서 살갑게 지내던 사이가 와장창 깨져버릴 텐데, 주안은 정말 진심인 걸까.

 

당당하게 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들의 관계는 아슬아슬 위태롭기만 하다. 주체할 수 없이 서로에게 흘러가는 마음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사랑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이들이 안타깝다.

 

마음 없이 몸만 나누는 관계라는 설정은 19금이 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어디에 있을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렇게 해서라도 선배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주안의 욕심, 여동생 같았던 후배에 대한 마음이 그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주익의 진심이 만나 특별한 이야기가 되었다.

 

주인공들의 스펙(?)은 로맨스 소설치고 굉장히 무난하고 평범하다. 아픈 가정사도 없고, 특별한 상처도 없고,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가 누구에게는 흔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더 깊은 공감을 하게 만든다. 내가 그랬고, 내 남자와의 연애시절이 자꾸 생각나게 하는 애틋하고 아련한 이야기에 잔잔했던 여운은 커다란 파동으로 변해 마음을 둥둥 울려대더라.

 

 

사랑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은 마음에서 하나씩 꺼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나씩 채워 넣는다는 것을. 내 마음에서 너의 마음으로, 너의 마음에서 나의 마음으로. 뒤섞인 마음들이 꽉 채워져서 하나로 부풀어 오르는 것. 그 마음이 너여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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