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바쁜 나날을 지내고 계시다는 작가님 소식을 듣고 ‘선암여고 탐정단’ 후속작을 만나기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드라마 방영 소식이 들리고 캐스팅 기사가 뜨니 짜쟌!하고 나타났다. 감동의 눈물이 철철 날 지경이다.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이제나 저제나 자라목이 기린목 되도록 기다린 보람이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2학년으로 올라간 채율은 선암학사라고 불리는 학교 기숙사에 들어간다. 때 아닌 귀신소동에 휘말리고 세윤은 존재감이 없다시피 친구들 틈에서 관심 받기 위해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사건 의뢰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탐정단 아이들. 부푼 꿈을 안고 방송국에 들어섰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하라온과의 재회는 뜻밖의 사건을 불러온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탐정단 아이들이 드디어 강력사건과 마주한다! 실종된 남학생의 책가방이 1년 후 다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어느 이야기보다 강도 높은 재미를 선사한다.
선암여고 탐정단이 전작에서는 주위의 소소하지만 전혀 사소하지 않은 사건들에 집중했다면 이번 후속작에서는 보다 거대해진 스케일과 전문 탐정 저리가라 할 정도의 추리 실력을 뽐낸다. 게다가 양념처럼 얹어진 탐정단의 로맨스는 핑크빛 설렘을 동반한다. 전작이 20~30분 정도로 방영되는 시트콤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후속작은 에피소드가 꽉꽉 채워진 60분짜리 단막극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탄탄하고 방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는 얘기. 여고생들의 탐정 이야기가 대단해봐야 얼마나 대단하겠냐고 한다면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라고 하고 싶다. 생각보다 쫀쫀하고 쫄깃한 이야기에 당신도 분명 놀랄테니 말이다.
제철에 익어가는 과일처럼 탐정단 아이들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성숙해지고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아직 고2. 찬란하게 반짝반짝 빛이 나는 열여덟의 탐정단 여고생들은 핏속에 흐르는 탐정기질을 아직 모르고 있는가 보다. 누가 봐도 딱 탐정인걸 알겠는데. 어느새 이만큼이나 쑥쑥 커버린 선암여고 탐정단이 아쉽다.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나는 아이들인데 3학년 올라간다고 변하진 않겠지?
우연한 기회로 리뷰단에 당첨되고(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 덩그러니 A4용지 뭉치의 교정지를 받아 들고 보니 책의 민낯을 보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읽었고, 어줍은 깜냥으로 교정이란 것도 보았고, 교정이란 것을 까맣게 잊고 너무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장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 끝내놓고 나니 허무하고 쓸쓸해진다. 또 보고 싶은데 더 이상 남은 이야기가 없으니까. 육아에 여념이 없는 작가님께는 정말 죄송하고 미안한 말이지만 3편 기대해 봅니다. ^.^ 3학년이 남아있다는 게 다행이다. 기대하지 말라고 해도 절절히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다. 정말.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