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리노는 할아버지를 만나려고 길을 나선다. 문단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할아버지는 문을 늘 열어두곤 하셨는데 문을 열고 들어간 집안은 난장판이었다. 쓰러져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한 리노. 경찰이 강도에 의한 사건임을 경찰은 추정하는데 증거도 없고 범인의 정체도 오리무중이다. 평소 꽃을 키우시던 할아버지의 화단에서 노란꽃이 피어있던 화분이 없어진 걸 깨달은 리노는 경찰에게 신고하지만 경찰은 의미 없는 신고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에 리노는 혼자서라도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하는데...

 

등장인물도 많고 복잡하게 꼬여있는 관계들에 머리가 살짝 아파와 메모장을 꺼내들었다. 관계도를 차근차근 그려가며 읽어가니 조금 수월해지더라. 인터넷서점 올라와있는 인물관계도가 왜 종이책에는 없는 것인지 아쉽다. 사건과 사건의 고리가 너무 꼬여 있어도, 결국엔 범인 찾기에 열중을 다 하는 추리소설의 플롯을 보여주긴 한다. 가독성은 좋았으나 집중하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더라. 지금은 사라진 꽃, 몽환화를 추적해가는 사토와 리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사토의 집안 대대로 내려왔다던 몽환화를 둘러싼 이야기는 너무 작위적이지 않았나 싶다. 강렬했던 프롤로그는 어느새 훅 사라졌고, 의외의 범인은 놀라웠지만 살인동기가 생각보다 너무 가벼워(?) 더 놀랍더라.

 

10년을 공들여 썼다는 말에 쉽게 납득을 못하겠다. ‘공허한 십자가로 애써 끌어올린 애정이 몽환화로 사그라지는 느낌이다. ‘질풍론도처럼 마냥 가벼운 소설도 아니건만 아무것도 남는 게 없으니 아쉽고 또 아쉽다. 어쩌다 한 달에 한 권씩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고 있는데 근래 읽었던 게이고의 책 중에 무엇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책이었다. 모든 작품이 좋을 수 없다는 거 안다. 취향의 차이도 있을 것이고. 많은 기대를 하려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대를 하게 만드는 작가였는데 이제는 나도 좀 변할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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