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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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취재차 카밀은 고향을 찾아 간다. 미주리 주의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마을 윈드 갭.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카밀이지만 부모와의 사이는 편하지 못하다.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롭기만 하다. 어머니와 새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여동생 엠마와도 데면데면한 관계라 친해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1년 전에 강가에서 사체로 발견된 소녀의 가족을 찾아가는 걸로 카밀의 취재는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 그동안 카밀이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살인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잠시 머물게 된 고향이었다. 잊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자꾸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카밀은 자꾸 불편해 지는데...

 

몸을 긋는 소녀라는 제목이 지칭하는 것은 소설의 주인공 카밀이다. 카밀은 커터(cutter). 자신의 몸을 칼로 긋고 베고 사람. 카밀의 피부 구석구석에는 단어들이 새겨져 있다. 동생 메리언이 죽던 열 세 살 그해 여름부터 몸을 칼로 긋기 시작했다. 손을 뻗기 어려운 등 한가운데에 주먹만한 빈 공간을 제외하고 빼곡하게 단어들로 들어찬 그녀의 피부. 카밀은 왜 피부에 단어를 새기기 시작했던 걸까.

 

카밀의 동생 엠마, 집에서의 엠마는 밝고 영리한 소녀다. 학교와 밖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엠마. 책 속의 말을 빌려 영리하지만 맛이 간 소녀라는 게 제일 맞아 떨어진다. 소설은 표면적으로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카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그녀들의 삐뚤어진 마음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카밀은 카밀대로 엠마는 엠마대로, 자신들의 삐뚤어진 마음을 표출하는 방법만 틀릴 뿐 그녀들은 같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자매다. 가면을 둘러싸고 있지만 노골적으로 삐뚤어진 내면을 표현하는 음탕한 엠마가 더 솔직해 보인다.

 

역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전작이 그래왔듯이 데뷔작이라고 틀릴 게 있을까 싶었지만. 서스펜스와 재미가 살아있는 글은 아니다. 바늘로 콕콕 쑤시듯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게 매력인 이야기다. 반전이 충격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게 다인 소설은 아니니까. 종국에 맞이하는 파국이 입맛을 텁텁하게 만들어도 충분히 즐기기엔 모자라지 않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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