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TH 고스-오츠이치 지음

GOTH 고스 - 리스트 컷 사건
오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5월

한때 판금조치로 떠들썩했던 책이라고 기억한다. 반인륜적인 뭐 어쩌고저쩌고하다가 19금을 달고 판금 해제가 되었다. 최근에도 이런 책이 있었지. 아무튼 19금 딱지가 붙어있는 반짝이는 은색 표지를 벗기면 칼 하나만 그려진 검은색의 양장 책이 드러난다. 깔끔하기로 본다면 이것처럼 깔끔해 보이는 것도 없겠다 싶은데 그려진 그림이 ‘칼’이다. 빨간 딱지가 부담스러워 표지를 벗겼는데 칼도 부담스럽다.

‘나’는 살인과 그에 비슷한 것들에 매력을 느껴 그 현장을 찾아다니는 이상한 취미(?)가 있다. 나와 비슷한 부류인 모리노와 찾아낸 것들을 공유하고 지낸다.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무리 없이 어울리기도 하는 나는 이중적인 모습이 만족스럽다. 단편집이다. ‘나’를 주위로 생기는 사건들이 중심이 되어 잔인한 이야기들이 포진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이 정말 있을까. 인간 내면에 숨겨져 있는 악의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악의가 잘 그려진 ‘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도 괜찮았고.

잔인하다고 해서 미리 각오를 하고 읽었다. 잔인한 것에는 뭐 어느 정도 내성이 쌓여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각오라고 할 것까진 필요 없었지만. 상상과 현실에서 느끼는 잔인함은 많이 틀린 것 같다. 그러니까 와 닿는 잔인함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말이다. 시체를 절단하고 생매장을 하고 극악무도한 잔인함을 보여주지만 그저 괴물의 모습을 한 인간을 본 것 같다. 다만 그게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괴물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누구는 그러더라. 주인공이 중2병에 걸린 라이트노벨을 본 기분이라고. 그 말에 고개가 끄덕이게 되는 건 왜일까. 반전이 아리송해 여러 글을 찾게 만드는 수고도 했지만 추리소설 보다는 좀 잔인한 성장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서 가볍게 읽기에는 무리가 있지 싶다. 그냥 닥치는 대로, 잡히는 대로 읽고 있는 요즘 그래도 기억에 남을만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