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피다
우지혜 지음 / 청어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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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죽음 이후 숨 막히는 집안 분위기에 도망치듯 뛰쳐나온 서연. 갈 곳이 없었던 서연은 병석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후원을 하고 있던 고아원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천사누나라고 부르며 졸졸 쫓아다니던 강준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시간이 지나고 검사가 된 서연. 바쁜 시간을 쪼개 아이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들고 천사원을 방문하는데 득달같이 달려드는 아이들을 항상 제지해주던 강준이 없다. 강아지 같던 소년은 쑥쑥 자라 완연한 남자의 모습을 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느닷없이 강준에게서 느껴지는 아릿한 감정에 서연은 혼란스러워진다. 서연을 바라보며 오래 간직해 온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강준은 서서히 홀로서기를 결심하고 서연의 곁에 머무른다.

 

오랜 시간 간직해온 마음에 빈틈없는 믿음까지 더해지니 이들의 사랑이 찬란한 빛을 발하기까지의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강준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강준의 세상 모든 것이 되어버린 한 여자 심서연. 이렇게 절절하고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가 내심 부러워서 질투심이 슬쩍 일기도 한다.

 

주인공은 물론이고 조연까지 버릴 캐릭터들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단권인 게 아쉬울 정도.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후반부는 쫓아가기 살짝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인 강준이가 내뿜는 마성의 매력에 혼미해질 정도이니 버겁거나 말거나 어느새 남자는 역시 연하남이 최고라며 외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여자 주인공인 서연이가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만한 집안이 있음에도 자기 발로 박차고 나와 검사가 되었고 강단 있는 성격으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여자가 봐도 멋있더라.

 

평생 온 마음을 다해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끝이 어딘지 가늠이 되지 않는 서연에 대한 강준의 깊고 깊은 마음은 티끌 한 점 없이 순수하고 깨끗하다. 태양을 한없이 짝사랑하던 해바라기는 그렇게 단단하게 여물어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준의 온전한 마음이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깨질세라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심장이 따끔거린다. 오랜 시간 뭉근한 열에 데워져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는 사랑이 더 애틋한 건 그 때문이다.

 

단단하게 여문 해바라기가 태양의 사랑을 흠뻑 받아 활짝 펴 비로소 아름다운 제 모습을 찾는 것처럼 첫 출간작 이후 작가의 성장을 함께 하는 느낌이 들어 나까지 괜히 뿌듯해진다. 작품을 더해갈수록 단단해지고 농밀해지는 글에 흡족한 마음도 든다. 시들지 않을 해바라기는 결코 없겠지만 다른 꽃들보다 오래 펴있는 해바라기는 있다. 그 해바라기처럼 우리 곁에 오래 머무르며 좋은 글로 즐겁게 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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