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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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촌부 춘단은 남편의 암 치료를 위해 서울 아들네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병원에서 남편을 간병하던 중 만나게 된 사람 소개로 천지대학교 청소 노동자로 일을 하게 된 춘단. 가난했던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한 서러움이 가득했던 춘단은 대학교에 간다는 것만으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강의실을 들락거리며 청강도 하고 옥상에서 만난 시간강사와 오붓한 점심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춘단이 대학교에서 하는 일은 공부가 아닌 비록 청소였지만 춘단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즐겁다.

 

할머니가 주인공인줄 몰랐다. 이름이 촌스러운 학생이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탐방기 뭐 그 정도로 생각했는데 춘단 할머니가 이렇게 씁쓸하게 할 줄 전혀 몰랐다. 춘단이 일하는 대학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다. 모순된 사회 앞에 나약하기만 한 우리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춘단은 마음을 달리 먹는다. 현재 서있는 자리가 남들이 보기에 하찮고 초라해 보여도 마음먹기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이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시간강사를 대신해 춘단이 몸소 행했던 일은 마음 깊은 곳에 숨겨놓았던 할머니의 또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할머니의 손처럼 굽고 버석거리는 감정들이 내내 함께였지만 씁쓸해도 좋았다. 작가의 말처럼 이 시대 어디에선가 진짜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나이가 아직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나이답지 않은,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글들이 가슴에 아프게 박혀온다. 아마 다른 글들도 찾아 읽어봐야 속이 시원해질 것 같다. 할머니의 따뜻한 품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시간이었다.

 

p. 354-355
코끼리 등에 올라 어둠 속에서 피어오르는 봄꽃들을 바라보던 춘단은 이 세상에 완벽하게 새로운 사람이란 없구나, 생각했다. 다들 자신의 피에 담긴 누군가를 흉내내고 있었다. 실패는 반복되고 인간은 대를 이어 똑같은 고통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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