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신부-류다현 지음

그림자 신부 세트 - 전2권 ㅣ 그림자 신부
류다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5월

단국으로 그림자신부가 되어 떠난 경요는 낯설고 두렵다. 이름만 황후인 그림자신부라 많은 걸 원하지는 않았다. 왕의 사랑 따위 바라지도 않는다. 다소곳한 공주의 모습과 거리가 먼 경요의 행동들은 예석황제, 준의 관심을 끌게 된다. 어느새 준의 마음에 단단히 자리를 잡은 경요. 결코 쉽지 않을 이들의 사랑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까.

​제물로 바쳐진 다른 나라의 여인, 허울뿐인 황후 등 경요를 가리키는 말은 많다. 하지만 경요는 그림자신부라는 이름에 굴하지 않고 밝고 당차다.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단국의 황후로서의 생활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경요에겐 어림없는 소리. 담을 넘기도 하고 지붕 위에도 올라가고 예측 불가능한 그녀, 경요. 황후의 체통은 사라진지 오래다.

​단순히 경요가 그림자신부로 지내게 된 단국에서의 생활과 예석황제 준과의 로맨스만 그렸다면 어땠을까. 천방지축 황후의 황제 휘어잡기 이런 부제를 달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드는데 경요는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애초에 몇 백년간 지속되어 온 그림자신부를 없애러 언니 대신 자청하여 떠나온 경요이니 가슴 속에 지니고 있던 포부는 대단했을 거다. 한 나라의 황후로만 머물러 있기엔 아까운 인물임은 틀림없고.

​무대를 넓혀 환주를 중심으로 한 중원에서의 경요는 훌쩍 성장한 느낌이다. 그녀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 정도면 로맨스소설보다는 경요의 성장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연국의 왕, 제선의 등장으로 경요와 준의 사랑은 위태로워지고 환주를 둘러싼 나라들에는 전쟁의 그늘이 드리워진다. 경요의 운명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악당도 내편으로 만드는 경요의 매력에 빠졌다. 남주인 준의 매력에 경요보다 조금 덜한 게 아쉽다. 오히려 나쁜 남자 포스가 물씬 풍기는 제선이 더 멋졌다고 할까. 등장하는 조연들도 하나같이 원하던 사랑도 이루었고. 다들 너무 잘 풀려서 그게 불만이라면 불만. 사랑을 위한 소설이니까 그렇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