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시민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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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평범한 주부 은주는 갑자기 경찰서에 끌려간다. 동네에서 일어난 죽음과 관련해 살인용의자로 몰렸다. 정황상 실족사로 마무리하려던 사건에 그녀가 죽은 남자를 뒤에서 밀었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이다. 목격자의 증언은 은주가 범인임을 확신하지만 은주는 이 남자를 본 적도 없다 말하고, 살인 동기를 의심할만한 것도 전혀 없다.

 

창수는 그 날 어둠속에서 그녀의 행동을 지켜본 후 동질감을 느낀다. 어릴 적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과학 선생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후 창수는 은주에게 접근하기 시작하고 허물없이 대하는 창수의 모습에 은주는 마음을 열게 된다.

 

잠재적 피해자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와 반대로 잠재적 살인자라는 말도 있지 않을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는 다른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충동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행위 말이다. 소설 속 은주의 말대로 아무도 없고, 그 상황에 어쩌다 휘말리게 되면 그런 충동이 갑자기 생겨날 수도 있을까. 섬뜩하고 소름이 돋는 이유가 어쩌면’, ‘만약이라는 말에 쉽게 상상이 되기 때문이다.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추리나 스릴러로 보인다. 하지만 보통 스릴러 방식의 전개를 취하지 않는다. 일단 범인의 정체를 알려주고 이야기는 시작한다. 평범했던 은주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유를 고민하게 된다. 창수의 등장으로 전개는 급물살을 타는데 이해하려 하지도 말고 알려고 하지도 말고 그저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다 보면 이야기는 어느새 마지막에 도달해 있다. 잔잔하게만 흐르던 은주의 삶은 지난하다. 하지만 그녀의 잔인한 일탈을 애써 이해하고 싶진 않다.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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