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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퀴어 주겠어! 세트 - 전3권 ㅣ 블랙 라벨 클럽 8
박희영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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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고양이의 매력은 잘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집사를 자청하며 고양이 시중 들기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들은 조금 낯설기도 하다. 자주 보이는 고양이 관련 책들도 이런 인기에 힘입어 나오는 것 같은데 이번엔 판타지 로맨스다. 주인공이 고양이로 변한다는 흥미로운 설정. 발칙한 제목과 권당 400페이지라는 분량은 읽기도 전에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어쨌든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짝사랑하는 오빠 때문에 잘하지도 않던 공부를 열심히 했고, 예뻐 보이고 싶어서 살도 뺐다. 오빠와 함께 캠퍼스를 누빌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갑자기 당한 교통사고에서 눈을 떠보니 고양이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눈을 뜬 곳은 대한민국이 아닌 너무나 낯선 세계의 풍경. 청아는 교통사고로 변했던 기억을 떠올려 인간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마차로 뛰어들었지만 변신은커녕 쥐잡이용 고양이로 잡혀(?)가게 된다.
묘생사 무념무상. 어쩌다 운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망할 묘생을 살게 된 청아와 어쩌다 집사가 되어버린 대공 류안의 밀당 러브 스토리다. 애초에 인간에서 고양이로 모습만 바뀐 거라 이들의 로맨스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불꽃이 튀고 아찔한 감정은 서로 투닥거릴 때나 느끼는 감정이다. 그래도 어느새 서로 의지하게 되고 사랑을 느끼고 이들의 로맨스는 그렇게 시작된다.
타임슬립은 더 이상 참신한 소재가 아니다. 시간을 건너뛰었든, 차원을 건너뛰었든 만나게 될 운명은 꼭 만나게 된다는 걸 독자들은 안다. 그걸 소설 속 어떤 장치로 이용하느냐가 문제인데 <할퀴어 주겠어>에 이 설정이 굳이 필요했나 싶다. 판타지를 지향하기 위한 장치로 쓰였지만 이게 없었어도 치즈태비 고양이의 매력으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공식 아닌 공식이 성립되어 다 그게 그것 같은 수많은 로맨스 소설 중에 눈에 띄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긴장감 없이 그저 에피소드 나열에 불과한 방식에서 오는 늘어짐은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지만 강한 개성과 유쾌함으로 무장한 치즈태비 고양이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잦은 외전과 시점 변화에 따른 내용은 꼭 쳐냈어야 할 가지로 생각되기도 하고. 그래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이니 부디 건필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