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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거리 ㅣ 창비청소년문학 58
김소연 지음 / 창비 / 2014년 1월
평점 :
1920년 즈음 일제강점기 때의 평안북도 구성. 양반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몸종인 어머니의 신분 때문에 떳떳하지 못한 동천은 아랫동네에서 유일하게 서당을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갑작스럽게 소학교가 세워지고, 아이들은 강제적인 단발령에 여지없이 굴복하게 된다. 소학교에 입학한 동천은 똑똑한 아이로 주목을 받지만 졸업 후 앞날이 깜깜한 동천은 답답하기만 하다. 소학교에서 만난 다케다 선생의 응원에 힘입어 동천은 일본행을 결심하게 되고, 무일푼으로 떠난 일본에서의 삶은 녹록치가 않다.
주인공인 ‘동천’의 성장 소설이다. 동천이 태어나고 자랐던 마을을 시작으로 현해탄 건너 일본까지 동천이 살았던 10여년의 세월이 들어있다. 계급과 신분의 차이에서 벗어나고자 일본으로 도망치다시피 왔지만 그곳에는 그 어느 것도 아닌 민족의 뿌리에 관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로 인해 조국에 대한 애틋함은 자꾸 커져만 간다. 동천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지만 결국엔 그 해답을 찾게 된다.
일제강점기 때의 일본인을 떠올리면 나쁘거나, 악독한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소설 속 동천 주변의 일본인들은 무조건 대적해야할 상대가 아닌 동천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동천이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국적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적에 따른 갈등보다는 같은 국적의 사람이어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틀려지는 거다.
가끔씩 찾아보는 소설 중에 하나가 청소년 소설이다. 마냥 가볍지 않고 묵직한 여운도 함께여서 읽곤 한다. 세태소설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사회의식이 뚜렷한 것도 좋고. 최근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찾던 중에 눈에 띄던 책이었다. 동천의 이야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1부의 이야기로 동천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가늠할 수 없다. 물론 시대의 부름에 응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부응하게 될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만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보다 성숙한 동천의 이야기가 펼쳐질 2부 <승냥이>가 무척 기다려진다.
p. 397
‘내가 일본에서 보낸 칠 년은 야만의 세월이었다. 야만이 지배하는 거리에서 야만에 물들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런데도 야만에 젖어들어 또 얼마나 괴로워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