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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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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혼불 문학상 수상작이다.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서 내내 외면해오던 수상작들이었는데 올라오는 평들이 너무 좋으니 얇은 귀가 팔랑거렸다. 그리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정유정 작가의 추천 글까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정유정 작가의 추천 글은 빼놓을 수가 없거든. ^.^
헬싱키에서 비행기를 탄 동현. 정여립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모아둔 스크랩북을 펼친 채로 잠시 자리를 떴는데 처음 보는 여자가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다. 그 자료를 들여다 본 여자는 자신이 정여립의 외손녀이며, 400년을 넘게 살아 왔다고 주장한다. 동현은 허무맹랑한 그녀의 거짓말에 속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진짜처럼 느껴진다.
홍도의 기나긴 400년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이다. 홍도를 밤에 품지 말라는 정유정 작가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책장이 끝나는 순간까지 한 눈 팔기 힘들었다. 마지막 책장까지 덮고 나나 찡한 여운에 멍하니 앉아 표지 속의 홍도를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허구와 실제, 역사 속 실제 이야기를 교묘하게 섞어서 사실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실제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었던 홍도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광해군 때부터 최근까지의 시간 속에 존재했던 굵직하고 혼란스러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긴 시간 그녀를 견디게 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사랑 때문에 아련해지던 시간들 말이다.
역사 팩션 소설이라고 어렵게 생각했는데 어렵기는 커녕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강한 캐릭터가 전부인 소설처럼 보여도 그게 홍도라서, 홍도니까 힘 있는 이야기가 된 것 같다. 기구한 홍도의 삶을 지켜보는 일이 이렇게 흥미진진한줄 몰랐네. 밤을 꼬박 지새우도록 몰입했고 재미도 있었으니 다른 수상작들도 찾아보련다.
p. 374-~375
“동현... 생각이란 하면 할수록 자꾸만 구차해지는 법입니다. 까닭을 찾고 방법을 찾다가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기 마련이지요. 그냥 두세요. 그냥 느끼는 대로 놔두다 보면 저절로 믿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