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은 시골 마을의 유일한 카페에서 6년을 일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루이자는 어쩔 줄 모르겠다. 백수로 지내기엔 처한 상황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지마비환자의 6개월 간병인을 맡기로 하는데 까칠한 이 남자, 정말 죽도록 싫다.

 

하는 말마다 이죽대고 시비조에 차가워 보이는 겉모습은 다가서기 힘든 사람이다. 감정이 생기기엔 거리가 먼 사람이란 얘기다. 하지만 가까워지면 질수록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은 어느새 싹트고 거부하기 힘들다. 그 끌림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은 앞에 가로막힌 높고 높은 벽들이 실감되는 순간일 테다. 그래서 더 애틋해지고 아련해진다. 매 순간 느끼는 감정들이 결코 쉽지 않아도 이들의 험난한 사랑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응원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사랑 앞에서 희생은 어쩌면 당연한 요구가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그가 한없이 밉다. 하지만 아득해지는 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마냥 미워할 수가 없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것은 거창한 이름의 희생이 아닌 루이자를 통해 그려본 찬란한 희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책 두께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지만 두께가 무색해질 정도로 빠져 들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묵직하게 가라앉아 애틋해지는 이들 때문에 종국엔 눈물까지 쏙 뺀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뜨거워지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서 흘리는 눈물이다. 사막같이 바싹 메말랐던 내 마음에 한 줄기 단비가 되어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이 겨울, 오랜만에 만나보는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이토록 잔잔한 여운에 고마워지는 소설도 오랜만이다. 힐링이 따로 필요 없다.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버석거리던 내 일상이 조금이나마 말랑말랑해졌으니. 잔잔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그들의 끌림을 함께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하게 확실하지 않아도 사랑은 늘 그런 것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