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드브레스트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평점 :

사놓고 내버려둔 지 거의 1년. 항상 책상 곁에 두고서는 읽어야지 하는 마음만 가득하였다. 만나기까지 왜 이리도 힘들었는지. 아마도 애매하게 읽었던 전작 ‘레오파드’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하는데 글쎄. 출간되는 책마다 600쪽을 가뿐하게 넘어주는, 벽돌 수준의 두께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오래 내버려둔 미안함과 두께에 대한 부담감, 요 네스뵈 작가의 방한에 맞춰 출간될 <네메시스>에 대한 기대감까지 여러 가지 감정들로 착잡해졌다.
처참한 전쟁에 참여했던 요한센과 지독하게 고독한 형사 해리. 60년 전의 2차 세계대전과 현재를 부지런히 오가며 사건의 중심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익히 알고 있는 해리의 연인 ‘라켈’과의 첫 만남이 나온다. 두 권이 전부지만 여태 보여줬던 해리 홀레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고독한 마초 냄새가 물씬 풍기는 모습보다는 조금 더 인간적인 해리의 모습은 낯설어도 색다르다. 다가올 사랑에 설레어 하는, 잠시나마 행복을 꿈꾸는 그의 모습은 안타까워지기도 한다. 이런 감정도 느끼는 사람이었는데 여태 보여줬던 모습들이 너무 불행하게만 보였으니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 하나는 바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전쟁의 상흔을 보고 있노라면 먹먹해지는 가슴에 답답해진다. 물론 피해서는 안 될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다. 누구는 숨기려고 하고, 누구는 밝히려고 하고 진실에 대한 공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작가는 숨기고 싶은 전쟁의 과거를 과감히 드러낸다. 게다가 자신의 가족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누구의 편을 들기 위해 전쟁에 참여한 것이 아닌 그저 그들에겐 ‘명분’이 있기에 희생을 감수했을 것이다.
빠른 전개도 아니고, 자꾸 바뀌는 시점으로 100페이지까지 몰입이 어려웠다. 곳곳에 설치해 놓은 복선들이 나중에 완전한 그림이 될 때 ‘역시 해리 홀레 짱!’이라는 소리가 제일 먼저 나오지만, 그 말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조금 지난하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처음 만나는 사람보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읽어야 재미있다고 추천할 만한 책이다. 거부하고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시리즈다. 다음 시리즈를 기린목이 되도록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을 보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기다린다. <레드브레스트>에서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한 하나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예감은 <네메시스>의 출간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