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이와이 슌지 지음, 강민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이 만들어 낸 수많은 존재 중 마성의 매력으로 어필하는 뱀파이어. 누구든 쉽게 헤어나지 못할 매력으로 무장한 뱀파이어는 언제나 귀가 솔깃해지는 흥미로운 소재다. 피 빨아 먹는 추악한 모습이든, 한껏 아름답게 포장한 환상의 모습이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늘 관심의 대상이다. 영화 <러브레터>를 끝까지 본 적이 없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이 어떻다고 얘기를 못하겠다. 하지만 영화도 찍었고, 원작도 직접 쓸 정도로 <뱀파이어>에 대한 열정이 많아 보여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졌다.

 

흡혈 충동에 시달리는 남자가 있다. 자신을 뱀파이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뱀파이어와는 사뭇 다르다. 스물아홉 인생을 살면서 그를 스쳐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피를 먹는 취미를 가진 그는 특별하다. 하지만 취미만 조금(?) 다를 뿐 일상생활에서의 그는 우리와 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를 모시고 사는 그는 엄마가 사라질까 노심초사하며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그가 피를 얻는 방식은 일반적인 뱀파이어와 틀리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목덜미를 물어뜯는 과격한 방식이 아닌 피를 마시는 정도. 피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을 찾기 위해 자살 사이트를 기웃거린다. 그 곳에서 알게 된 여자들과 거래 아닌 거래로 피를 얻게 되는데 잔혹하고 섬뜩한 뱀파이어가 아닌 조금은 인간적인 그래서 더 정이 가는 호감형 뱀파이어다.

 

좀비계에 <웜 바디스>‘R’이 있다면 뱀파이어계엔 <뱀파이어>사이먼이 있다. 사유를 즐기던 좀비 R에게서 느꼈던 생경함이 사이먼을 통해 다시 전해졌다. 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평소 우리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비교가 가능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느끼던 좀비와 여자의 피는 원하지만 사랑을 하지 않는 자칭 뱀파이어 사이먼. 생명이 있거나 없거나, 사랑을 느끼거나 느끼지 못하거나, 뭐가 되었든, 둘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랑뿐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깊이 빠져들 수 없었던 애매한 감정은 영화를 보면 정리될 것 같다. 세상 만물이 변하듯이 우리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것들도 진화하기 마련이다. 좀비도 진화했는데 뱀파이어라고 진화 못 할 이유는 없다. 사이먼을 좀 더 오래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생각들은 영화로 달래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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