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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파맨이 간다 - 제7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황규원 지음 / 노블마인 / 201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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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보안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호준. 전 세계적으로 퍼진 카멜레온 바이러스에 정신이 없다.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던 코드 분석을 평범한 실력의 호준이 해낸다. 허무맹랑한 꿈속을 헤매다 깨어보니 바이러스의 코드가 저절로 풀려있는 것이 아닌가. 그 날 이후 호준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고 스쿠터맨의 도움을 받지만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다. 스쿠터맨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 호준은 자신이 몰랐던 능력에 대해 알게 된다.
단순히 얘기하자면 별 볼일 없던 남자가 별 볼일 있는 남자로 인생 역전하는 이야기다. 책 소개나 기대만큼의 역전은 아니지만 식상하지 않아서 좋았다. 잠재되어 있던 초능력 ‘옴파’를 발견하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에 가깝다. 호준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과 초능력을 둘러싼 암투 등 즐길만한 요소는 부족하지 않다.
무언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소설이 꼭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깊이 공감되고 독자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 풍부하다면 소설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진다. 단지 재미만을 위한 소설, 가벼운 소설이 아님은 분명히 알겠는데 깊이 공감은 못하겠다.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슈퍼옴파맨이 되기 위한 좌충우돌 유쾌 발랄 SF 활극이길 바랐다. 개인적으로 히어로물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판 히어로물을 바라기도 했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굳이 복잡한 세계관을 끌어와 무겁게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다. 진입 장벽이 좀 높은 SF 장르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세계관에 힘이 빠졌다. 이해를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몰입하는데 살짝 방해가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일개 ‘독자’에 불과한 내가 느낀 점은 이렇다. 발상도 좋았고 SF소설의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좋았다. 너무 능력이 과해 허무맹랑하지 않아서 우리 현실에 꼭 맞는 영웅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독자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좀 더 화끈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앞으로 꾸준하게 소개될 수상작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