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 축제의 밤, 개정판
문홍주.손영수 지음 / 선앤문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강남 시내 한복판에 서 있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지하4, 지상5층의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데 걸린 시간은 단 5. 저녁 시간대 백화점 안에는 여자와 아이들이 가득했고, 백화점 붕괴로 그들은 무너진 잔해 속으로 사라졌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기자, 현장에서 구조작업에 애쓰는 소방관 등. 백화점 붕괴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는 이어진다. 삼풍백화점 붕괴 후 일주일간의 이야기.

 

1995629. 자세한 날짜까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삼풍백화점이란 이름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6.25이후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처참하게 무너진 잔해 속에서 살아난 사람을 구해내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그 비극의 현장을 다시 끄집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힘들게 그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분명 피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사고의 징조가 있었고 고위 간부들은 이미 대피했던 상태였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사고란 말이다.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 때문에 선량한 시민들의 목숨은 먼지처럼 사라졌고 남겨진 유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고통스럽게 만드는 그들의 울분은 견디기 힘들었다.

 

백화점 붕괴 사고는 어떻게 보면 도시전설 같다. 상상 속에 존재하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실제 우리 곁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한 나라의 도시 서울에서 그것도 강남 한 복판에서 정말 일어났던 비극. 시간이 많이 흘러 그 날의 비극은 많이 옅어지고 흐려졌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계속 떠올리고 되새기고 반성해서 다시는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사실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책이다. 작년 출간 이후 다른 책들에 밀려 보관함에만 담아두다가 최근 구매를 하려고 보니 모든 인터넷 서점에서 '품절'.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웹툰 연재 소식. 1천부를 소진하는데 걸린 시간은 1년이 걸렸단다. 사비를 들여 출판했지만 독자들에게 외면 받는 현실에 개정판까지 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책을 보고 싶은 마음에 독자펀딩에 참여했고 그 결과물이 이렇게 빛을 보게 되었다.

 

현재 웹툰 삼풍은 시즌1이 종료된 상태다. 처음부터 웹툰을 염두에 두고 써내려간 소설이다. 미처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은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웹툰이든 소설이든 느끼게 되는 답답하고 묵직한 감정의 무게는 비슷할 것 같다. 하지만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하고 처참한 현장을 만나고 싶다면 책을 먼저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다시금 떠오르는 기억에 지독하게 아파질지도 모르겠지만 피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 그 날의 비극을 기억 하고 있는 것으로 그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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