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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자들 ㅣ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김성훈 옮김 / 살림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책상 위에 사건 파일 하나. 11년 전 범인이 자수하여 수사가 종결된 뢰르비 남매 사건의 파일을 누군가 몰래 가져다 놓았다. 익명의 제보자가 남긴 사건 리스트에서 단독범행이 아닌 다수의 범행으로 추측할만한 정황증거가 발견되고 의문점을 품은 칼 뫼르크는 재수사를 시작한다. 상류층의 부유한 삶을 버리고 누군가를 피해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카미. 노숙을 하면서까지 그녀가 피해 다니는 인물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그녀가 간직한 비밀은 무엇일까.
수사를 진행하면서 범인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이야기의 초반부터 범인들이 등장한다. 뢰르비 살인 사건에서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학생들이 전부 유명한 사람들이 되어 덴마크 상류사회에 자리 잡은 인물들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쉽지 않은 수사가 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이들에게 얽힌 이해관계는 부유하게 자란 환경이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준다.
미결 사건 전담 ‘특별 수사반 Q’의 두 번째 시리즈다. 전편을 보질 못한 상태여서 살짝 걱정도 했지만 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전편부터 이어져오는 칼이 습격당한 이야기는 아마 다음 시리즈에서도 나올 것 같다. 무슨 이유로, 범인은 누구인지 밝혀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
사족이지만 번역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원서가 어떤지는 잘 모른다. ‘저 사람은 이렇게 개떡같이 말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찰떡같이 알아듣지?’ 이 문장은 역자의 센스가 아니고서야 태어날 수 없는 문장이다. 스릴러 소설 읽다가 큭큭대며 웃어보기는 처음. 그런 장면이 꽤 있다. 그리고 이슬람 국가에서 온 외국인 동료 아사드. 국내 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인과의 범죄 수사라니... 이런 궁합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어 보인다. 새롭게 등장한 로즈의 발칙하고 당담함도 좋았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이 생각보단 덜 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삶은 살아가는 사람들이 쾌락만을 추구하기 위해 어떠한 악행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모습이 잔인해 보이지만 끔찍하게 느껴질 만큼의 커다란 임팩트는 없었다. 아마 시리즈의 시작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게 단점으로 작용한 것 같기도 한데 ‘특별 수사반 Q’의 탄생 비화가 궁금해지는 걸 보면 그렇게 재미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나 보다. 마침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가 내 손에 들어왔다. <도살자들>에서의 아쉬움은 ‘특별 수사반 Q’시리즈의 첫 번째인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로 달래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