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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단편집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솔직히 단편집의 매력도 잘 모르겠고.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읽는 재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짧은 이야기에 몰입은 조금 힘들다. 집중한다 싶으면 끝나버리니, 그 헛헛함이 싫어서 단편집을 꺼리는 편이다. 그런 내가 최진영 작가의 단편집이 궁금했던 이유는 앞서 나온 두 편의 장편 소설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잠 못 이루게 하던 강렬함에 여운이 오래 남았던 터라 단편집 소식은 무척 반가웠다.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팽이>는 작가의 등단작이다.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작은 단칸방에서 살게 된 남매의 이야기다. 제일 기억에 남는 단편은 <돈가방>과 <창>이었다. 부모의 산소에 갔다가 3억이 들어있는 돈가방을 발견한 형제. 눈 먼 3억이라는 큰 돈 때문에 형제 부부는 돈가방에 대한 탐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업을 하는 형은 넉넉한 생활을 누리지만 욕심은 끝이 없고, 동생은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며 돈가방을 형에게 양보한다.
비정규직 여성이 사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이야기인 <창>. 그녀의 험담이 가득한 동료의 메신저를 보게 된 주인공은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폭발한다. 소심한(?) 복수 끝에 집으로 돌아오고 창을 통해 이웃집에서 연인의 모습을 본 그녀는 과연 희망을 가지게 되었을까.
여느 단편집이 그렇듯 모든 단편이 좋았던 건 아니다. 만족스러운 글이 있는 반면 생각보다 못한 글도 있었고. 장편에서 느꼈던 강렬함을 단편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기대가 과했던 탓일까. 거침없이 시원하고 강렬했던 느낌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표제작이자 등단작인 <팽이>도 다른 단편에 비해 약한 것도 같고. 두 편의 장편이 너무 강렬했던 게 약점으로 작용한 걸까. 아무튼 기대했던 것에 비해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일부러 국내 젊은 작가들의 글을 찾아보는 편이다. 신선하고 젊은 힘이 느껴져서 가끔씩 찾아보곤 하는데 그 중 최진영 작가의 글은 기억 속에 강렬히 남아있다.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작가 중에 하나라는 소리다. 장편 두개, 단편집 하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장편에서 여실히 느껴졌던 힘을 단편집에선 볼 수 없었지만 이미 작가에 대한 신뢰는 깊다. 그래서 믿는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