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SF버전<신더>-마리사 마이어 지음

신더 ㅣ 스토리콜렉터 1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4차 세계대전으로 지구가 다섯 개의 연합으로 나뉘어진 먼 미래. 몸의 일부를 사이보그로 개조당한 정비공 신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신더에게 어느 날 동방연방의 황태자 카이토가 신더를 찾아온다. 자신의 안드로이드 로봇 수리를 맡기러 온 카이토의 모습에 설레게 된다. 옆 가게에서의 갑작스러운 전염병 레투모시스 발병으로 시장은 혼란에 휩싸이고 신더는 자신이 병을 옮기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루나’라는 종족이 달에 산다. 그래서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다. 달에 누군가 살고 있고 신비의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독특한 설정. SF소설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느낀 적이 꽤 있다. 많은 SF소설을 접해보진 못했지만 읽을 때마다 약간의 어려움은 늘 함께 한다. 독특한 세계관이 늘 걸림돌이 되곤 했는데 동화를 접목시킨 <신더>에선 큰 어려움은 없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와 SF의 조합은 기발한 발상이다. 쉽고 잘 읽히는 이런 종류의 SF라면 언제든지 대환영이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첫 번째인 동화 ‘신데렐라’를 재해석한 소설이다. ‘신데렐라’와 비슷한 스토리는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에 솔직히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많은 여자들이 꿈꾸는 로맨스라지만 현실적으로는 너무 불가능한 꿈이라서 애초에 그런 기대는 없었다고 해야겠다. 아무런 사심 없이 읽어서 그런 걸까.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식상하다고 하면 식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름 개성 있게 잘 풀어낸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10대의 주인공들이라서 이들이 커가며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아직 무궁무진하다. 시리즈의 첫 번째라 이후의 재미유무 판단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신더>의 세계관을 한 권으로 모두 풀어낸 것 같지도 않고. 유명한 동화들의 모티브를 따 온 시리즈라 어떻게 각색될지도 궁금하고. 식상한 이야기를 신선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라서 쉽게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SF보다는 로맨스가 더 가까워 보인다. 주인공 신더의 성장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이보그로 개조당한 보잘 것 없는 소녀(정비 능력은 최고)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보란 듯이 황태자와 사랑을 이룰 수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동화의 모티브를 따 온 작품이라 자꾸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신선하게 읽혔으니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는 시간은 즐겁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