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열두 달 우리 바다 물고기 이야기
황선도 지음 / 부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제철을 대표하는 물고기들의 정보가 월별로 나뉘어져 알차게 들어 있다. 가장 기본적인 물고기의 생김새와 비슷한 생선들의 분류, 물고기 이름의 어원과 그에 관한 속담들, 그리고 물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무엇 하나 모자람 없이 꽉꽉 눌러 담았다. 바다를 곁에 두고 오랜 시간 연구한 결과물들이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잘난 척과 자기 자랑에 재미가 반감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게 없어서 너무 좋더라.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 내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알려주려는 겸손함도 보이고 우선은 지루하고 딱딱하지 않아서 좋았다.

 

바다가 삼면인 나라에서 흔하게 보고 먹는 물고기인데 생태학적인 연구는 생각보다 많이 미비한가 보다. 식량 자원으로서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라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의 피해는 물고기에게 직격탄이 되어 날아온다. 빠르게 감소되는 개체수를 보호할 수 있는 연구도 시급한 것 같다.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보기 힘들어진 명태나 포획 금지 기간이 있는 홍어를 보면 생태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 집 밥상에 고등어구이가 자주 올라온다. 오븐으로 구워 기름기가 쫙 빠진 고등어살은 촉촉하고 담백해서 온 식구가 모두 좋아한다. 요즘 일본 원전사태로 아주 먼 나라에서 수입한 고등어를 많이 먹지만 외국물 먹은 고등어라 해도 맛만 좋더라. 이렇게 흔한 고등어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책에서는 전지현 뺨치는 S라인이라고 소개하는데 읽어보니 진화를 거듭해서 그렇게 변한거였다. 등이 푸르고 배가 하얀 것도 천적들에게서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런 걸 보면 자연의 신비는 정말 대단하다.

 

가장 흥미로운 물고기는 뱀장어였다. 많은 물고기들이 그렇지만 뱀장어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은 정말 없더라.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서 지내다 산란기가 되면 멀리 동남아의 깊은 바다까지 헤엄쳐가 알을 낳는데 밝혀진 건 최근이라 한다. 삭힌 홍어의 냄새에 식겁한 기억 때문인지 홍어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오래 삭혀 부패되면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줄 알았는데 홍어 자체의 요소 성분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풍기는 냄새다. 그래서 먹어도 괜찮은 냄새란다.

 

너무 흔하고 자주 봐온 물고기라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나 보다. 어떻게 보면 큰 혜택을 누리며 사는 건데 말이다. 비린 냄새 때문에 못 먹는 과메기와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못 먹는 홍어가 이 책 덕분에 친숙해지기도 한다. 밥상에 올라온 고등어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 흔하지만 몰랐던 물고기들이 이렇게 흥미로운 존재일 줄이야. 흔하디흔한 물고기라고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 관심 있게 챙겨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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