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잘 찍고 싶다 - 생각하며 찍는 사진
남규한 지음 / 혜지원 / 2013년 8월
평점 :

한때 사진 좋아하는 남편과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잠깐 배운답시고 따라다녔던 적이 있었다. 막 찍어도 나오는 사진이라고 너무 가볍게 생각했었나 보다. 노출이니 화이트 밸런스니 생소한 단어들로 인해 조금씩 싹트던 흥미는 빠른 속도로 식어갔다. 잠시 사진에 대해 알 기회가 있었지만 사진의 벽은 높기만 하더라. 그 이후 인물을 찍든 사물을 찍든 발로 사진 찍냐는 소리를 줄기차게 들어온터라 나도 사진을 잘 찍고 싶어졌다. 그래서 고른 책.
멋지고 훌륭한 사진의 정답이 있을까? 달력 사진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찍은 사진도 멋있고 훌륭하다. 하지만 꼭 그런 사진들만이 좋은 사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으로 내가 전하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생각이 담겨 있는 사진이야말로 좋은 사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생각이 담겨 있는 사진.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작은 팁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선 사진에 담을 주제와 다른 시선으로 소재 찾기를 설명하고 두 번째 파트에선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한 기술적인 팁들을 알려준다. 조곤조곤하고 차분한 말투에 생각보다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온다. 시원시원한 사진 크기도 마음에 쏙 들고. 사진에 처음 접한 초보자보단 초, 중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보기엔 괜찮은 책일 것 같다. 흑백 사진이 많아서 조금 아쉽지만 사진의 매력은 흑백이 한 수 위니까 아쉬워도 좋다.
순간의 장면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모든 사진을 훌륭하고 멋있게 찍을 수는 없다. 막 찍어도 감성이 살아 있는 사진은 오랜 시간 관찰하게 된다. 사진 속에 담겨있는 것들을 관찰하다 보면 쉽게 잊어지는 사진이 될 수가 없다. 스치고 넘기는 한 장의 사진이 아닌 인상 깊은 사진이 되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가까운 수목원엘 다녀왔다. 책을 읽고 나서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속의 내용들이 생각났고 전보다는 아주 조금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나름 황금비율을 적용해서 찍어보기도 했고 노출을 조정하기도 했고. 책 한 권을 읽고 당장 좋은 사진을 얻을 순 없겠지만 많이 찍어보고 노력하다 보면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이런 책은 읽어보면 좋다는 내남자의 말 한마디는 더 힘이 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