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하드 SF 소설이라는 말에 책을 읽기 전에 준비가 필요 했었다. 그냥 SF도 아니고 ‘하드’ SF 소설이란다. 그닥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SF 영화는 거부감 없이 봐왔기 때문에 소설이라고 틀릴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몸값 비싼 절판본에 대한 호기심도 상당히 컸고... 최근에 소량 풀리긴 했지만 그것도 금세 품절. 그러니 못 본 사람은 안달날 수밖에. 그래서 읽었다.
달에서 분홍색의 우주복을 입은 인간의 유해가 발견된다. 연대측정 결과 사망한지 오만 년이 지난 유해였다. ‘찰리’라는 이름이 붙은 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조사단이 꾸려진다. 발견 당시 입고 있던 우주복과 가지고 있던 물건들과 장비들을 실마리 삼아 연구는 착착 진행되지만 수수께끼 해결이 쉽지는 않다. 각 분야의 권위자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고 조사단의 총괄을 맡은 헌터 박사는 모든 것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솔직히 술술 읽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화끈한 액션도 없고, 그렇다고 로맨스는 감히 상상도 못할 장르이고... 집중을 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다. 그런데 끝까지 읽었다. 결말이 너무 궁금하니까. 각 분야에 대한 머리 아픈 이야기들도 많고 논제와 논제를 오고 가는 토론들은 가끔씩 벅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확한 결론은 없고 계속 의문점에 대한 것들의 나열이다 보니 맥이 탁 풀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단한 반전 하나는 끝내준다. 과연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종착점이기도 한 결말엔 감탄이 절로. 결말 하나를 위해 끈질기게 붙들고 있던 지난한 시간은 한 방에 해결될 정도다. 뒤통수를 후려칠 만큼의 결말까지는 아니지만 보상받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하드 SF라는 장르를 내세우고 있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보다 쉽게 읽혔던 것 같다. 각 전문 분야의 이야기들은 이걸 왜 읽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지만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읽으니 그나마 수월한 편. 소설 속의 주인공은 무의미해 보인다. 연구를 통해 드러나는 새로운 퍼즐의 조각을 맞춰나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책상머리 주인공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강력한 한 방이 없이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느림의 미학이 돋보이기도 한다.
너무 멀게 만 느껴지는 SF 장르. 달에서 발견된 오만 년 전의 시체라는 광고 문구에서 풍겨져 나오는 미스터리적인 요소 때문에 읽은 책이다. 요즘 제법 읽고 있는 미스터리 소설들에 지쳐가고 있던 중 만났던 소설이라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부분들은 좀 어려워도 결말의 반전은 최고가 아닐까 한다. 최근 읽다 만 일본 본격 추리물보다 훨씬 낫다. -.-; 일본에서 상당히 많은 인기를 받았던 작품이라는데 일본의 본격 추리물보다 더 재미있게 읽힌 건 아니러니. 그게 맞는 건가? 알쏭달쏭. 장르를 떠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만 한 가득이라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