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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 데 플레르 - 플로리스트의 아틀리에 : 째깍째깍 시계초, 달콤한 콩 스위트피
정주희 지음 / 소모(SOMO)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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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이었던가... 취미반으로 꽃꽂이를 3개월 정도 배운 적이 있다. 막연히 꽃이 예쁘고 좋아서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오묘하고 신비로운 꽃들의 모습에 홀딱 반했었다. 12번의 수업이 다 끝나고 섭섭한 마음을 뒤로하고 냉정하게 꽃과의 인연은 끝이라고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그리워진다. 그땐 잘 몰랐지만 생각해보면 잠깐이나마 꽃을 만지고, 느끼고, 보는 시간들이 참 행복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걸 깨닫게 된 게 조금 후회되지만. ^.^
꽃이 눈앞에서 자꾸 아른거려 사진이라도 보면 괜찮아질까 싶어 들었던 책이다. '보떼봉떼'라는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스트 정주희 님이 쓴 책. 프렌치 스타일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취미로 배운 꽃꽂이가 바로 그거였다는 걸 책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그때 꽃꽂이쌤이 가르쳐줬을 텐데 왜 몰랐을까? 꽃을 배우러 하던 일을 관두고 프랑스로 훌쩍 떠난 그녀. 프랑스에서 만난 예쁜 꽃집 이야기와 하루하루 작업실에서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이야기, 제일 부러웠던 부케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상을 늘 꽃과 함께 하는 그녀가 참 부러웠다. 천상 플로리스트일 수밖에 없는 그녀였지만.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그녀라서 더 부러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꽃에 대한 정보만 가득한 책이 아니라서 더 쉽고 친근하게 읽었다. 조근조근한 그녀의 말투도 좋았고.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건 책 속 그득한 꽃 사진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꽃의 질감이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덩달아 신 났었다. 아는 것도 별로 없는 꽃의 이름이지만 아는 꽃이 나오면 마냥 반갑더라. 처음 보는 꽃들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컸고. 이런 종류의 책들을 더 찾아보고 싶었는데 플로리스트들이 쓴 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별로 없다. 아직 우리나라에 플로리스트에 대한 전문적인 면모들이 덜 부각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모든 플로리스트들이 정말 바빠서 책을 쓸 시간이 없는 건지. 이런 종류의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기다림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꽃'하면 떠오르는 사랑스러움과 설렘 때문이었을까. 꽃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가슴 한 켠이 말랑말랑해질지 몰랐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어도 꽃과 연애하는 기분이 들어 누구든지 그런 말랑함을 느끼지 않을까? 안 그래도 요즘 꽃을 배우고 싶어 병이 날 지경인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배움에 대한 욕구를 누르고만 있기엔 참 힘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너무 예쁜 꽃 사진들과 아리따운(?) 꽃집 아가씨의 존재만으로 큰 위로가 되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책. 읽고 나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발걸음이 저절로 꽃집으로 향하게 만드는 마술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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