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전 : 그들이 살아가는 법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퇴마록 외전>의 출간 소식을 듣고 제일 앞섰던 감정은 아련함이었다. 어떤 계기로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아마도 입소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용돈을 탈탈 털어 서점에서 퇴마록 국내편 세 권을 사와 방구석에 틀어 박혀서 이틀만에 다 읽어 버렸다. 학창시절에 책을 좋아하긴 했어도 그렇게 몰입하며 읽었던 책은 처음이어서 그 이후 푹 빠져 지냈던 것 같다. 서점 유리창에 붙어 있던 퇴마록의 신간 소식은 학교 하교길에만 접할 수 있었고, 한 권 한 권 모아지는 재미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말세편의 너무 느린 출간 속도는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작가에 대한 믿음이 미움으로 변하기도 했었다.

 

 셋이 모여 처음 퇴마행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 에피소드 <그들이 살아가는 법>, 박신부와 현암의 첫 퇴마행의 기록인 <보이지 않는 적>, 학교 처음 가는 날의 준후 이야기 <준후의 학교 기행>, 현암과 승희의 험난한 데이트 <짐 들어 주는 일>, 주기 선생과 백호가 등장한 <생령살인> 등. 본편에서 볼 수 없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이 외전에 담겨 있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어둠의 존재들에게는 인정사정 가리지 않으면서 첫 만남에서의 어색한 기류는 생각보다 오래 그들에게 머물렀다. 생사를 같이 하다 보니 가족만큼 뜨거운 애정들이 생긴거겠지만 외전에서 느껴지는 소심한 그들은 조금 낯설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지만 머릿속에 너무 강하게 남아있던 기억 때문이었을까. 그 기억들이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했다. 기억속의 현암은 전형적인 마초 냄새가 물씬 풍기는 캐릭터라고 알고 있었는데 외전속의 현암에게선 그런 면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상한 성격의 박신부는 그렇다 하지만 자꾸 울컥거리는 현암은 적응이 안되더라.

 

국내편부터 말세편에 이르기까지의 거대한 세계관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작은 에피소드들이 어디 이뿐이랴. 그저 아주 작고 소소한 외전에 이렇게 반가운 마음이 드는건 퇴마록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증거이다. 오랜 세월 잊혀지지 않고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으니 당연한게 아닐까. 내가 읽고 있는 책에는 티끌만큼의 관심도 없는 남편이 퇴마록 외전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자기도 한 번 읽어 보겠다고 책갈피까지 챙기는 정성(?)까지 보이더라. 그만큼 우리 또래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이자 그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재미의 유무를 떠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는게 너무 고마운 책이다. 지금 세대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지만 그냥 퇴마록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동료애가 불끈 생기는 세대들에겐 한없이 정겨운 소설. 박신부, 현암, 준후, 승희. 그리고 그들을 만든 이우혁이라는 작가. 어떻게 그들의 이름을 잊을 수 있을까.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들이다. 앞으로도 그럴거라는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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