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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 문 - 달이 숨는 시간,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7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5년의 수감생활 끝에 가석방으로 풀려난 캐시 블랙. 새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지만 전과자라는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감되기 전 같이 일했던 레오를 찾아가 마지막이라며 큰 돈이 걸린 일을 요구한다. 새로 맡은 일을 하기 위해 라스베가스로 떠난 캐시는 그 곳이 자신의 파트너이자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맥스를 잃게 된 장소인걸 알고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 부담을 안고 돈을 훔치기 위해 잠입하는데 성공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액수에 놀란다. 도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한 사립탐정 잭 카치는 비열하고 악랄하다. 사립탐정은 허울일뿐 살인도 서슴치 않는, 악당보다 더 나쁜놈 잭 카치. 숨막히게 쫓아오는 잭 카치를 피해 캐시의 계획은 무사히 이루어질까.
가슴 시린 사랑을 간직한 도둑 캐시의 캐릭터도 일품이었지만 무엇보다 악랄한 성격의 잭 카치 캐릭터도 좋았다. <보이드 문>에선 착한 사람이 등장하질 않는다. 전과자이자 범법자인 주인공 캐시 블랙. 사립탐정이지만 더없이 악랄한 모습의 잭 카치. 주인공이지만 절도범인 캐시에게 더 많은 동정심을 주기 위해 잭 카치를 그렇게 악랄하게 만든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립탐정이 그렇게 악랄할 일은 없으니. 하지만 캐시와 잭을 한없이 미워할 수가 없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들이 덧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까지 든다. 전혀 평범하지도 않고 불법을 일삼는 인물들이지만 그래서 더 끌리고 더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들이였다.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보일드 소설은 조금 남다른 느낌이다. 여자들만이 가진 섬세한 감성적인 부분들 때문인지 따뜻한 느낌들이 더 강하다. 전과자인 캐시의 신분과 지난 사랑에 대한 아픔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서늘한 느낌보다는 우울한 느낌이 더 강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지옥이라도 가겠다'라는 부제 때문에 절절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읽었던 <아이언 하우스>보다 내 입맛에 더 맞았던 소설이다. 두 책을 서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비슷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캐시와 마이클의 직업이라던가, 가슴 속에 소중하게 간직한 누군가가 있다던가 등. 몰입의 힘을 보여준건 마이클 코넬리지만 묵직함으로 무장한 존 하트도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보이드 문>의 캐시에게 더 마음이 가는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캐시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절절한 마음들이 전해져 짠해지기도 한다. 이 서럽고 아픈 사랑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ㅠㅠ
마이클 코넬리의 책은 묘하게 재미있다. 아주 강한 몰입도나 임팩트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나게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자꾸 읽고 싶게 만들고, 읽다 보면 페이지수가 훅훅 지나가 있다. 그게 재밌다는 얘기인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묘하다. 마이클 코넬리는. 유명세에 비해 많이 읽어보질 못해서 명불허전이란 말에 납득은 할 수 없어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