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사계절 : 여름의 죽음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Four Seasons Murder 2
몬스 칼렌토프트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피해자의 영혼이 형사 주변을 맴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눈길을 사로 잡았던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겨울편에 이어 여름편이 새로 나왔다. 생각보다 빠른 만남에 반가운 마음이 앞서 덥썩! 아직 사계절 시리즈의 전부가 나온건 아니지만 표지만 봐도 어느 계절의 살인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의 뜨거운 모래 속에 색이 변한 사람의 손. 표지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이 책 속에서도 느껴지길 바라면서 시작했다.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린셰핑. 린셰핑의 숲에 큰 불이 번지면서 뜨거운 열기는 한 층 더해진다. 여름 휴가철 사람들이 도시를 비운 사이 한적한 공원에서 정신을 잃은채 헤매던 벌거벗은 소녀가 발견된다. 몸에 새겨진 기이한 상처들과 표백제로 닦여진 새하얀 몸, 게다가 성폭행의 흔적까지 발견된 소녀는 단기기억상실증으로 기억을 잃었다. 부족한 증거들로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드는데 또 한 명의 소녀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연쇄 살인 사건으로 변해간다.

 

10대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이다 보니 주인공인 말린 형사의 혼란은 심해진다. 자신의 딸 토베와 비슷한 또래들의 죽음들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과 푹푹 찌는 더위에 날로 무기력해져만 간다. 여행을 떠난 토베와 얀네에 대한 그리움은 날로 더해가고 살인 사건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며 무기력하던 말린도 어느새 사건이 실체에 다가서게 된다.

 

워킹맘들은 일과 직장, 두 가지를 완벽하게 해낼 순 없다. 형사로서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어머니로서의 말린은 어딘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다. 그런데 그게 매력이다. 모두 완벽했다면 이만한 매력은 느낄 수 없었을거다. 보통 사람처럼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라서 더 생생하게 다가온 것 같다. 같은 시리즈인데 전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느낌이라 묘했다.

 

전편에서 작정하고 쓴 듯한 묵직한 설정들은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랬다. 처참하게 희생된 피해자들도 안됐지만 그보다 살인자들의 마음에 동요하게 되는 기이한 느낌. 그들을 악인으로 변하게 만든 이유들을 알게 되면 다른데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동정심이 생긴다. 태어나면서부터 악인인 사람은 없다. 그들에게 화가 나기 보다는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이유들에 화가날 뿐이다.

 

살인과 형사가 등장하지만 장르소설이라고 구분 짓는게 무의미한 소설이다. 말린을 따라다니는 영혼들의 이야기는 소설을 더욱 밀도있고 단단하게 만든다. 형사로서의 뛰어난 직감과 어머니로서의 모성애로 무장한 말린의 활약은 눈부시다. 전편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로 인해 다음편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져만 간다. 부디 꾸준히 출간되어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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