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는 슬슬 먹어 가는데 뚜렷한 직장이나 비전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여행등을 하고 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인 경민. 어느 날 별똥별을 보기 위해 캐나다로 떠났다가 알 수 없는 폭발 사고로 연락두절인 상태였다가 극적으로 돌아온 경민이 이상하다. 경민의 여자친구로 10년을 지켜봐온 한아. 전에 없이 자상해지고 넘치는 사랑을 주는 경민이 부담스러워 급기야 국정원에 간첩이라고 신고하기에 이르는데...

 

주인공 한아는 날로 오염되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저탄소 생활을 몸소 지향하는 디자이너다. 직장에 들어가는 대신 친구 유리와 함께 의류 수선 가게를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오염된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갸륵하지만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 넣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착하고 온순한 성격으로 통통 튀는 개성은 없지만 한아의 성격을 잘 살리기만 했다면 저탄소 생활을 한다는 것 없이도 여주인공의 캐릭터는 완성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후반부에서 한아가 보여준 경민에 대한 사랑은 굉장히 진실해 보여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외계인이 사랑을 한다? 언뜻 상상하기 힘든 설정이다. 수많은 컨텐츠들에서 보아왔던 외계인이란 항상 인간보다 상위에 존재했다. 인간들이 나누는 사랑의 감정을 원시적이고 배척해야할 감정이라고 표현해 왔다. 그래서 처음에는 쉽게 공감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한아를 사랑하는 마음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는걸 알게 되니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사랑에 대해 설레어졌다.

 

책에서는 한아가 외계인과 사랑을 했다. 남들이 보기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관계인건 분명하다. 한아가 사랑하는 사람이 외계인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누구나 축하를 해주는 사랑은 했겠지만 외계인과 나눴던 사랑만큼의 깊이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드러내놓고 사랑을 할 수 없는 관계임에도 당당하게 사랑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워졌다.

 

남녀(?)간의 사랑이 등장하는걸 보면 연애 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외계인이 나오는걸 보면 SF 소설로 보이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아닌 불분명한 장르로 아리송하게 만들지만 책을 덮고 나면 이건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걸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상대가 외계인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그 마음 하나만 진실하다면 세상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사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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