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타임머신
김용철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신림동에서 전설의 명당이 되어버린 하숙집에 살고 있는 성훈, 동미, 은철, 혁제, 상태 다섯명의 고시생들. 어느 날 성훈의 앞으로 택배상자가 하나 도착한다. 보내고, 받는 사람이 모두 성훈의 앞으로 되어 있는 택배 상자 속에는 최신형 아이폰과 쪽지가 들어 있다. 성훈의 필체로 쓰여 있는 쪽지에는 미래의 성훈이 보낸 타임머신이라고 써 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무시했지만 자신들에게 닥쳐 있는 난감한 상황들때문에 타임머신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그날 밤 성훈이 방을 비운 틈을 타 타임머신은 누군가가 훔쳐가고 범인을 찾기 위해 성훈은 하숙집의 모든 고시생들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하숙집에서 기거하는 고시생들이 다 그렇듯 이 곳의 고시생들도 시험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누구는 어쩔 수 없이, 누구는 등 떠밀려, 누구는 단단히 다진 각오때문에 들어오게 된 하숙집이지만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보니 다들 가족처럼 끈끈한 정으로 묶여 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타임머신의 등장으로 인해 그렇게 끈끈한 정을 과시하던 그들의 관계는 산산히 부서진다. 솔직히 다섯명의 고시생들이 타임머신을 가져야할 이유들에 크게 공감하질 못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누군가 보기엔 시시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가장 절실한 이유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는 결말에 가서야 그들이 왜 그 정도밖에 안되는 이유를 가지고 피터지게 싸웠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진짜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육탄전과 치밀한 두뇌 플레이에 몰입하여 읽었다면 그건 좀 오바고, 허세(?)가 너무 많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건 알겠으나 조금만 더 담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한없이 진지하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코미디같은 설정들은 어색하기도 했다. 마냥 진지한 것도, 마냥 유쾌한 것도 이도 저도 아닌 전개들에는 슬쩍 짜증도 났지만 이것은 작가의 첫번째 소설이니까 덜 다듬어져 생길 수 있는 현상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니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타임머신을 획득하고 미래에 살고 있는 나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게 좋은 일일까? 만약 미래의 내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누구든지 실망을 할 것이다. 하지만 타임머신의 존재 유무를 떠나 희망찬 미래에 대한 설레임으로 짧은 시간이나마 작은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의 고시생들에게나 지금의 나에게나 누구든 그런 상상만으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것은 <느닷없이 타임머신>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위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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