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어, 곁이니까 - 아이를 갖기 시작한 한 사내의 소심한 시심
김경주 지음 / 난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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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현상 중에 하나는 한 생명이 생겨나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일 것이다. 성인 여자가 아닌 사람들과는 절대 공유할 수 없는 경험인 임신. 남녀노소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다 경험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것과 성인 여자가 직접 체감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린 경험이다. 그래서 남편이 느끼는 감정은 한계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인이 써서 그런걸까. 읽는 내내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남편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같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글 속에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무뚝뚝해 보인다. 하지만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라는걸 알 수 있는건 단어 하나 하나에 고심한 티가 많이 난다. 남다른 감성을 지닌 시인이기에 그런건 아닌 것 같고, 표현하기 서투른 대한민국 남자라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사랑을 글로 표현하는게 더 쉽고, 익숙한 남자. '같은 숨냄새를 가진 사이'라니... 얼마나 감동스러운 문장인가. 곧 태어날 아기와 아기를 품 속에 지니고 있는 아내와 그들의 곁에서 보호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남자, 세 사람의 사이를 그렇게 표현했다. 문장 하나에 울컥해지기는 참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임신한 아내의 신체 변화를 너무 잘 감지한다. 보고 들은 것만으로 느낄 수 없는 세심한 부분까지 아내를 살뜰히 보살펴야만 보이는 작은 것까지 꼼꼼히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단어 하나에 고심한 흔적이나 아내를 살뜰히 챙기는 세심함까지 임신 40주동안 초보 아빠가 누리는 모든 것은 진짜 아빠가 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절절하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남자가 쓴 육아일기라는 소리에 궁금해서 읽어봤는데 육아일기라기보단 40주간 경이로운 경험의 기록이자 남자가 아버지로 변하는 과정을 고백한 책이다. 게다가 시인 김경주가 썼다. 시인이자 남편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기 탄생기가 너무 궁금했다. 임신 계획을 앞두고 있다 보니 이런 책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사실이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결혼한지도 좀 되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100% 공감하기엔 내가 아직 어른이 덜 된 것 같다. 내 아이를 가져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그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기엔 내가 아직 많이 서투르다. 아직은 계획일 뿐이지만 내 곁에 아이가 생길 그 순간을 위해 남편에게 이 책을 권해줘야겠다. 그이와 같은 숨냄새를 가진 사이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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