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는 순간 손을 반사적으로 뻗기도 전에 땅이 달려들면 아찔한 공포가 번개처럼 스친다. 나는 그런 공포를 매순간 느꼈다. 이런 극도의 불안은 기괴한 것이다. 늘 무언가를 하고 싶은 기분, 자신에겐 불가한 어떤 감정이 있는 듯한 기분, 위장에서는 계속 토하는데 입이 없는 것처럼 해소 불가능한, 절박하고 불편한 육체적인 욕구를 안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나는 머릿속으로 장례식을 느꼈다. 조문객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짓밟고 또 짓밟아서 감각이 빠져나갈 듯했다. 모두 자리에 앉자 전례음악이, 북처럼 울리고 또 울려서 정신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 다음에 나는 들었다. 그들이 관을 들어올리고 납으로 된 장화를 신고 다시 삐걱거리며 내 영혼을 가로지르는 소리를 공간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하나의 종이듯 존재는 하나의 귀였고 나의 정적은 이상한 종족이었다. 여기 홀로 조난당한.
다음엔 이성의 널빤지가 부서졌고, 나는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세상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렇게 앎은 끝났고…… 그 다음엔…… ―에밀리 디킨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