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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겉들 - 이옥토 사진산문
이옥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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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옥토 작가의 사진들은 투명하고 시리게 반짝인다. 얼음구슬, 유리컵, 눈물 같은 이미지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빛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금방이라도 녹아 사라질 것 같은 것들. 손에 쥐면 차갑고, 오래 바라보면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저려오는 것들 말이다.

p.77 

"숨을 음각하면 말이 태어난다. 혀로 밀면 굴러떨어지는, 투명한 조각상들."

작가의 사진과 글을 읽으며 떠오른 것은 투명함의 역설이었다. 투명한 것은 숨기는 것이 적기에 오히려 더 깊어진다. 보이면 보일수록 아름다워지는 것들. 마치 그녀가 만들었던, 반투명해서 뒷면의 글자가 희미하게 비치던 책갈피처럼.

작가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p.107

"어떤 분께 꿈이 무엇인지 질문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형태의 꿈이라면 없지만, 살아지는 동안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도록 돕고 싶고 사랑하는 순간을 채집하면서 지내고 싶다 답했습니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만들었던 프레파라트처럼, 사진은 시간을 가장 얇은 단위로 저민 표본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여러 세포들이 보이듯, 가만 응시하다 보면 그 때의 향,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시간의 표본."

작가는 단순히 장면을 찍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채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한다. 그러려면 더 오래 바라봐야 하고, 더 많이 인식해야 한다. 지난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작가의 사진이 남다르게 아름다운 이유를 알게 된 문장이었다.

p.230-231

"쓸모는 이름처럼 붙여지는 것. 내가 여기에 쓸모없이, 모서리 잃은 도형처럼 앉아 있을 때, 나도 모르는 내 이름을 불러주면 아이처럼 반짝 일어나, 맨발로 달려 나가, 당신의 쓸모가 되어야지"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일은 언제나 부끄러운 일이다. 내면을 드러낼수록 더 반짝이기도 하고, 더 서글퍼지기도 한다. 누군가 내 속을 들여다본다면 나 또한 부끄러울 것이다. 작가는 책을 펴내며 "부끄러운 일을 했다 여깁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파동들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덕분에 독자는 그 내밀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어둡고도 찬란한 세계와 조용히 공명할 수 있게 된다.

투명한 사진과 투명한 문장들. 그 안에는 아름다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망설임과 부끄러움, 외로움과 다정함이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반짝인다. 눈부셔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비추고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겉들 #이옥토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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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시네마 사이시옷 3
정경훈 지음 / 에피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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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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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진은영 지음, 이수지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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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슬픔을 건너 서로에게 닿는 방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생일은 본래 가장 개인적인 날이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가장 사적인 축하의 순간.

하지만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는 그 개인적인 날을 아주 조용하게, 그리고 넓게 확장시킨다.


이 책은 한 아이의 생일을 떠올리는 데서 시작하지만, 그 기억은 곧 여러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로 이어진다. 시는 크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낮고 차분한 호흡으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을 한 겹씩 꺼내 놓는다. 그 옆에 놓인 그림은 말 대신 여백으로 감정을 건넨다. 무심히 지나가는 뒷모습들, 붙잡을 수 없는 순간들이 화면 위에 머무르며, 독자가 스스로 마음을 채워 넣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은 ‘기억’이다. 단순히 어떤 사건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시간을 현재로 불러오는 일. 그리고 그 기억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우리는 각자 가지고 있는 별을 조금씩 떼어내고, 쪼개고, 흩뿌리며 다른 이들과 이어진다. 잇는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가장 또렷하게 드러낸다. 각자가 가진 마음의 조각들을 나누며 우리는 서로에게 닿는다. 그리고 그 연결 속에서 비로소 이해가 시작된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는 특정한 슬픔을 이야기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기억과 감정들이 서로를 향해 조용히 확장되며, 결국 우리 모두를 하나의 큰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생일’이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누군가를 축하하는 날이자, 동시에 누군가를 잊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시 불러내는 날.


이 책은 말한다.

기억한다는 것은, 결국 서로를 향해 이어지려는 노력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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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옹호
강효정 외 지음 / 책나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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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책나물 출판사의 '읽는 사람'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삶에 대한 옹호>는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온 다섯 여성이 써 내려간,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생의 기록이다. 

때로는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슬픔과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그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지탱할 수 있었던 '버팀목'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동력은 때로 자식이라는 존재가 되기도 하고, 정갈하게 써 내려가는 글쓰기가 되기도 하며, 오롯이 나 자신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함지연 님의 고백이 긴 여운을 남겼다. 

흐르는 세월 속에 변해가는 외모를 외면하게 되고, 어느덧 카메라 렌즈 뒤로 숨어버린 자신을 발견하는 일. 이는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겪는 서글픈 익숙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화장과 셀프 포토라는 낯선 통로를 통해 다시 세상과 연결되기를 선택한다.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를 내고, 렌즈 속에 비친 나를 비로소 마주하며 스스로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투박하지만 눈부시게 솔직하다.





책장을 덮으며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된다. 내 삶이 어떤 물살에 휩쓸려 어디로 흐르든, 가장 마지막까지 내 곁에 남아야 할 이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세상 모두가 등을 돌릴지라도 나만은 나의 삶을 기꺼이 옹호해 주어야 한다는 것. 


그 어떤 순간에도 나를 향한 지지를 거두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생을 이어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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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 죽음이 가르쳐준 후회 없는 삶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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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에리카 하야사키의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은 3년 치 수강 대기 명단이 끊이지 않는 미국 킨 대학교 노마 보위 교수의 ‘죽음학 수업’을 4년간 밀착 취재한 기록이다.

처음 이 책을 펼치기 전, 나는 흔한 호스피스 병동의 마지막 교훈을 담은 에세이일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그곳엔 죽음보다 더 깊고 짙은 ‘생(生)의 투쟁’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보위 교수는 에릭 에릭슨의 발달 단계 이론을 통해 수업을 이끈다.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누군가는 ‘자아 통합’을 통해 충만한 완결을 맞이하지만, 

누군가는 청소년기의 미성숙함에 머문 채 ‘절망’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 수업의 본질은 명확하다. 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할 비참한 후회를 미연에 방지하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한 나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 느껴졌나요? 우리에게는 삶을 당연하게 여길 이유가 없어요.” (p. 81)


시체 검시소 현장 학습에서 던진 이 한마디는 안일했던 삶에 경종을 울린다. 

노마 교수는 행복이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노력의 결실’임을 강조한다.



책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사연은 경악스러울 만큼 비극적이다. 

그러나 학대와 트라우마라는 척박한 토양 위에서도, 노마 교수의 따뜻한 인도 아래 

학생들은 기어이 양지를 향해 뻗어 나가는 식물처럼 성장한다. 

놀랍게도 그들을 이끄는 노마 교수 자신 또한 어린 시절 모진 학대를 견뎌낸 생존자였다. 

상처를 입은 치유자가 건네는 손길은 그래서 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끝’을 고민해 본 적 있는 이들에게, 혹은 남은 생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길을 잃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수업은 단순히 죽음을 말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가장 눈부시게 살아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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