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평점 :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로스 게이는 어느 날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생일에 맞추어 “기쁨”을 주제로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의 글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기쁨을 발견한다.
이를테면 길가 연석에 핀 꽃, 친구들이 붙여주는 별명,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은 사마귀 한 마리, 혹은 흑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인사 같은 것들. 작고 평범해 보이는 순간들을 붙잡아 글로 기록하며, 그는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 삶을 지탱하는 기쁨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로스 게이는 흑인으로서, 그리고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의 글에는 미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과 동시에 흑인 공동체가 겪는 아픔이 배어 있다. 그가 말하는 “기쁨”은 단순한 긍정의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과 차별을 통과해 얻어낸, 더욱 깊고 단단한 빛이다.
p.37
“우리에게는 무고함이란 게 허용되지 않는다. 한 국가의 눈과 심장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 나라의 상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흑인끼리 나누는 인사는 이곳, 대부분이 흑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이곳에서 우리가 서로의 무고함에 대해 증인이 되어주는 한 방법이다.”
이 문장에서 드러나듯, 그의 기쁨은 결코 현실의 무게를 외면한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서로를 확인하고 지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 속에서 발견되는 기쁨이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을 기쁨의 핵심으로 본다. 그리고 이 연결은 때로는 아주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우리를 이어준다.
p.165
“무엇보다 환희란 우리, 즉 여러분과 나 사이를 이어주는,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땅속 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가 놓치고 지나갔던 일상의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작은 꽃, 낯선 이의 미소, 친구의 별명 같은 것들이 사실은 이미 우리 삶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기쁨의 책』은 단순히 기쁨을 찾자는 가벼운 제안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연결된 존재로서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발견할 수 있는 기쁨에 대한 선언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