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등의 통찰 - 전 세계 1% 전략가들에게만 허락된 MIT 명강의
히라이 다카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3.0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1등의 통찰>은 MIT 슬론 스쿨에서 공부한 컨설턴트가 쓴 책이다. 나는 논리성만큼이나 근본 없고 뜬구름 잡는 소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 자신을 굳이 분류하자면 뜬구름 쪽에 가깝기 때문에 논리적인 사람들을 신기해하기도 하고, 부러워 하기도 한다. (컨설턴트 친구들이 일상 대화에서도 첫째, 둘째, 하며 이야기하는 건 이제 나도 옮은 기분.) 그래서인지 이런 류의 책을 가끔씩 보면 머리가 트이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니!
이 책의 1강, 가장 첫 부분에서는 '통찰을 방해하는 아홉 가지 생각 습관'을 소개한다. 처음엔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그리고 이내 곧 회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습관들이 많아서도 놀랐는데, 그 직후에 바로 이런 생각 습관 때문에 실패했던 P&G의 사례가 나와 있었다. 직장인이라면 이 아홉 가지 생각 습관을 보면서 본인의 회사를 한 번씩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허허.
시스템 다이내믹스에서는 사물의 본질을 구조 / 인과 로 나눈다. 구조는 A→B와 같이 구성 요소들 간의 상호관계성을 보여주는 '모델', 인과는 그 모델이 장기적으로 만들어내는 움직임인 '다이너미즘'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우면서 '모델'에는 익숙했는데, 모델에 시간 축을 더한 것이 다이너미즘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회사라는 경영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때때로 협력 업체와 협상을 하기도 했던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현실 세계에서 다이너미즘을 간과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혁신은 기업이 한다'는 모델에 빠져 고객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혁신이 기회를 놓친 글쓴이의 경험담 역시 마찬가지.
* 타임래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 지체 현상
* 플러스 루프=positive loop: 과정이 반복될수록 결과가 눈덩이처럼 점점 확대되는 루프 (ex.군비경쟁)
* 마이너스 루프=balancing loop: 균형을 취하려고 하는 루프 (수요, 공급과 가격)
*모델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 인풋, 아웃풋, 경쟁 관계, 협조 관계, 영향자 (ex. 싱가포르 항공)
* 레이어: 생각의 두께를 늘리고 어떤 레이어에서 경쟁할 것인지 생각하자.
*인과관계vs상관관계: 영어를 잘하는 직원이 일을 잘한다? 모델을 구성할 때 중요한 것은 '인과관계'
하나의 모델을 완성했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모델의 타당성을 검증해보고, 상상하는 것이 힘들다면 직접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부를 할 때는 질문하는 것에 익숙지 않았는데 오히려 일을 시작하고 나니 누구도 1과, 2과, 중요 키워드 등을 콕 찝어 알려주지 않아 작은 것도 여기 저기 질문하는 습관이 든 것 같다. (좋은 건가!) 아직은 그래도 막내라는 핑계로 잘 질문하고 있지만 연차가 쌓이고 나이도 쌓이고 나서는 왠지 또 다시 질문을 어려워하게 될 것 같았는데, 여전히 작가는 여러 선배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자신의 모델이 말이 되는지, 재미있는지 등을 검증한다고 한다.
문제의 본질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모델을 만들고 난 뒤 1회전 결과를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모델이 오랜 시간축 안에서 수차례 회전하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눈에 보이는 현상은 그 패턴에 있는 한 시점의 스냅사진에 불과하다.
* stock과 flow를 구분해서 생각하기: 스타벅스의 출점 전략. 점포 앞 통행량은 flow일 뿐, 사람들의 점포 앞 체류 시간인 stock이 더 중요하다. 시나가와 역 내부 통로의 광고 또한 똑같은 광고를 수십 장 늘어놓음으로써 stock이 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 통로의 광고가 하나 하나 다 달랐다면 flow가 되어사람들 기억 속에 머물지 못했을 것. 주로 자동차, 건물, 다리 등의 제조업과 인프라 산업에 사용되는 철의 경우 스톡이 충분해지면서 플로가 주어들게 된 경우.
*선형 vs 비선형관계: '나이를 먹으면 키가 자란다'와 같은 명제는 사춘기가 지나면서부터는 비선형관계가 된다.
미국에서 공부한 일본 사람이라 그런지, 주로 일본이나 미국 기업에 대한 케이스를 많이 든다. 일본의 경우에는 몰락한 일본 기업들의 케이스나 좋지 않은 일본 기업 문화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외국 친구들이 물어봤을 때 한국 기업이나 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는 내 모습과도 겹쳐보였다. 오히려 내부자이기 때문에 그 안의 문제가 더 잘 보이고 느껴지는 것은 어디에나 똑같구나.
다이너미즘에서 중요한 것은 변화가 일어나는 경계점이 언제, 어떤 형태로 발생하는지 알아내는 것과 상전이phase transition 또는 근원적 요인을 찾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결혼, 출산, 유학 등이 상전이phase transition이라고 보면 되는데, 상전이가 일어나면 다이너미즘도 크게 바뀌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답도 달라져야 한다. 인류 역사에서 세계의 중심역할을 한 것은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 등의 동양이었다. 세계의 힘의 균형을 이루는 근원적 요인이 노동력에 기반한 경제력이기 때문이다
과거 수백 년 사이에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진보 덕분에 힘의 균형이 유럽과 미국으로 이동했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결국 시간이 흐르면 전 세계로 전파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 회사는 일본에 있고,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 회사는 한국에 있다. 게다가 더 시간이 흘러 나라별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게 되면 과거처럼 다시 인구가 많은 나라가 세계의 중심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제는 더이상 중국과 인도를 기술력에서 뒤쳐졌다고 보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이 세계 기술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시간의 축을 수백 년으로 확장해서 바라본다면 미국의 이민 정책과도 상관없이 결국 중국과 인도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