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리즈먼: 이단의 역사
그레이엄 핸콕.로버트 보발 지음, 오성환 옮김 / 까치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탤리즈먼: 이단의 역사
그레이엄 핸콕/로버트 보발(지음), 오성환(옮김), <<탤리즈먼: 이단의 역사>>, 까치, 2006.

 

저자들이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크게 보아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르네상스와 과학적 합리주의 탄생, 그리고 프랑스 혁명과 미국 혁명을 비롯한 서양근대사에 있어서의 역사적 사건들이 프리메이슨의 거대한 마스터플랜에 의거하여 기획되고 실행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프리메이슨의 사상적 뿌리가, 고대 헬레니즘 시대에 크게 유행했던 그노시스파에서 출발하여, 중세의 주류 기독교 진영이었던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교리에 반기를 들고 경건한 신앙생활을 견지했던 카타리파와 보고밀파, 그리고 십자군 전쟁에서 크게 활약했으나 교황에 의해 이단으로 판정되어 해체되었던 템플기사단 등 일련의 기독교 이단의 계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을 입증하기 위한 저자들의 방법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것인데, 그것은 ‘의미’가 담긴 물체 혹은 기호라고 할 수 있는 탤리즈먼Telisman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감정, 행동, 신념 등에 놀랄만한 영향력을 가진 물체나 영험이 뚜렷한 물체이다. 그것은 모든 시대, 모든 지역의 남자들과 여자들의 상상력과 감정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상징이나 부호이다. 그것은 부적이나 반지, 깃발, 조상, 기념건축물 혹은 도시 전체일 수도 있다.” 저자들에 의하면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기독교 이단들의 특징은 자신들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의 나라인 천국의 완벽함을 지상에 구현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러한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이 프랑스와 미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혁명들이며, 그 혁명의 주체들이 건립한 파리와 워싱턴DC와 같은 도시에서 우리는 프리메이슨들이 서로의 연결표식으로써 남겨놓은 탤리즈먼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견 굉장히 흥미로워 보이는 저자들의 주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와 정황에 토대를 둔 실증적인 연구라기 보다는 대개의 경우 일말의 ‘가능성의 유혹’에 이끌린 추측과 가설에 의존하고 있는 픽션이나 팩션faction에 가깝다. 이는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저자들이 자백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다음의 인용문을 보자. - 강조는 내가 한 것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의 <<뉴 아틀란티스>>는 물론 선언서에 제시된 장미십자회의 구상에서 영감을 얻었거나 모범으로 삼았다는 것을 실증해 주지는 않을지라도 그 가능성을 시사한다.”

 

“루퍼트와 카를-루이스의 불운한 아버지인 팔츠의 프리드리히 5세가 독일의 장미십자회 운동에 간접적으로 연루되었고 또한 보이지 않는 단체 창설회원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다수의 장미십자회 관련 인맥을 기억할 때 렌이 장미십자회의 여러가지 이념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고려해 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저자들의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해 보고 싶은 유혹”의 경향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빈번해지고 그에 따라 서술방식 역시 굉장히 과감해지고 있는데, 이를테면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해리 트루먼이 이스라엘의 건국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까닭은 그들이 프리메이슨의 단원이었기 때문이며, 급기야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프리메이슨의 배후조종에 의한 것이라는 상당히 황당한 결론을 내놓는데 까지 이른다. 이쯤되면 거의 한편의 공상과학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부제에 쓰여있는 대로 “이단의 역사”로써 읽는 것은,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굉장히 위험천만한 짓일 것이다.

 

정리하자면,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기독교 이단들과 연관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권할 수 있겠다. 그러나 보다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기독교 이단의 역사에 관한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서평단 모집에 뽑혀 공짜책을 받아 읽고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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