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인터뷰 특강 시리즈 2
한겨레출판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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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이 말은 나를 기분 좋게 자극하는 단어 중 하나다. 그런데 가만, 상상력은 상상력인데 21세기를 바꾸는, 이라니. 과연 상상력이라는 게 한 세기를 좌우할 만큼 그렇게 영향력이 크던가.

이 책을 읽고난 나의 대답은 그렇다, 이다. 그리고 그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등져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서 한홍구 교수가 말했듯 우리에겐 꿈을 꾸는 것조차 통제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정하고 또 그와 함께 금기를 만들어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으니 이 나라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그것에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따르지 않으면 바로 엄벌에 처해졌으니 감히 금기를 어기거나 다른 것을 시도하는 상상조차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절에도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상상이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꿈, 그 자체였다. 그들은 권력에 대항하고 끊임없는 투쟁을 하며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지금 우리가 이만큼 발전된 사회에서 맘껏 꿈을 꾸며 살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것은 모두 그들이 상상하고 꿈꾸고 행동하기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 자유를 얼마나 올바르게 누리고 있는가. 사실 지금도 도처에 그런 자유를 억압하는 요소들이 남아있다. 군대가 그렇고 학교가 그렇고 사회 모든 조직들이 그렇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방송매체나 언론도 마찬가지다. 알고보면 우리의 정신은 그 모든 것에 세뇌되어 이제는 아예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홍세화가 보고 아연했다는 광고의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는 문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혀를 찬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지금은 없어졌지만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무렵만 해도 반공글짓기대회라는 게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학교 운동장엔 이승복 어린이상이 떡하니 놓여 있었고 선생님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에게 이승복을 본받아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빨갱이란 단어를 접한 것도 그 무렵이고 지금도 ''북한=김정일''이라는 식의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세뇌당한 정신에서 세상을 바꿀만한 건강한 생각이 나오기란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상상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힘을 기르는 것. 이 책에서 6명의 지식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한비야는 세상을 무대로 삼고 한 발짝씩 나아가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 그들과 함께 하기를 부탁하며 자신의 긴급구호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신화 이야기꾼으로 유명한 이윤기는 역시 그의 전공답게 현대인들에게 신화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말하고 진보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진 홍세화는 교육과 인간에 대해 그리고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인가에 대해 말하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들을 끄집어내 비판한다. 한홍구는 억압된 과거를 예로 금기를 깨고 꿈을 꾸라고 말하고 오귀환은 과거의 문명들을 설명하며 선의를 가지고 흐름을 선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익을 나누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충격을 많이 받은 부분이 박노자의 강연. 민족주의는 마약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얘기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중국이면 중국, 일본이면 일본, 우리는 이 나라들을 나라별로 동질적인 집단으로 인식합니다. 그게 큰 문제입니다. 그게 바로 민족주의인데, 우리가 민족주의라는 마약을 마약인 줄도 모르고 그냥 습관적으로 피운다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일본이나 중국을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보고 그 안에 숨은 계급적·지역적 모순, 개인적 모순은 모르고 지나칩니다.

p.143 박노자의 강연 중


민족주의라는 마약에 중독되었다라. 내 생각엔 중독보다는 세뇌가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교육을 통해 언론과 방송을 통해 ''국가=사회=가족=나''라는 식의 공식이 계속 우리의 머리에 주입이 되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도표까지 그려가며 이것을 외우도록 강요받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것을 깨닫고도 극복하지 못하면 그땐 중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 민족주의가 과연 나쁜 것인가 하는 것은 좀 더 생각해볼 문제라고 본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이 책의 제목에 드러난 상상력이라는 키워드와는 별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결국 이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상상력. 그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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