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ing Neverland, 2004

좋은 영화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런 영화. 보는 내내 즐거웠고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J. M. 배리가 <피터팬>을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라는 건 다들 알겠지만 난 영화를 보는 동안에야 알았으며 그제서야 작가 이름이 제임스 배리라는 것도 알았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어릴 적 보았던 명작들이 내게 준 것에 비해 나는 그것들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으며 알 필요도 없다고 여겼던 듯싶다. 이제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니까, 뭐 그런 거겠지. 그러나 최근에 든 생각은 동화가 꼭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 어쩌면 나이만 먹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아이들은, 나도 그랬지만, 얼른 자라 근사한 어른이 되길 바라며, 아이로 돌아가길 바라는 건 다 큰 어른들의 생각이다. 동심이 필요한 건 단지 나이가 먹었다는 이유로 매사에 고개를 뻣뻣이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라 어느새 옆에 앉은 아이의 천진한 눈망울을 놓치는 그런 어른들에게 더 절실한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제임스 배리는 영화에서 피터가 말했듯 진정한 피터팬이다.
영화는 그와 데이비스 가족을 통해 상상력의 무한한 가능성과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동시에 보여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 제임스가 조지에게 한 말을 되새겨보자.
"봐, 멋있지 않니? 아이는 사라졌어, 30초사이에 넌 어른이 되어버렸단다"
그렇게 아이들은 때로 저도 모르는 사이 불쑥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