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요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제목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고양이 요람Cat's Cradle은 실뜨기 놀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말은 이 소설에 병적 인격으로 등장하는 인물, 펠릭스 호니커 박사의 행태를 풍자한다. 호니커는 2차 대전 때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날려버린 원자폭탄의 아버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실뜨기 놀이를 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원자폭탄과 아이스-나인이라는 무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원자폭탄 실험 중 "과학이 이제 죄를 알게 되었군" 하는 한 과학자의 말에 이 미친 과학자 호니커는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죄가 뭐죠?

 이 소설은 '세상이 끝난 날'에 대한 블랙 코미디다. 호니커 박사는 재미삼아 아이스-나인이라는 결정체를 만들어 그의 자식들에게만 그것에 대해 말해주곤 죽는다. 그리고 그의 세 자식들이 그것을 나누어 가진다. 아이스-나인이란 모든 액체를 딱딱하게 결정화시키는 물질이다. 이것을 삼키면 사람이 딱딱하게 굳어 죽는 것은 물론 바다에 떨어뜨릴 경우 바다는 곧 그 자체가 아이스-나인 덩어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세상의 종말을 불러일으키는 길이기도 하다.

 커트 보네커트는 이 소설을 통해 펠릭스 호니커 같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조롱한다. 비단 소설 속의 얘기만이 아니다. 여기엔 또 하나의 흥미거리인 '보코논교'라는 종교가 등장하는데 보코논은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라" 고 한 예수의 말을 "카이사르는 신경 쓸 것 없다. 카이사르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라고 바꾸어 놓는다. 이 말은 물론 사회의 최상부층을 비웃는 말이다.

 그는 그 자신 역시 미국인임에도 미국을 거침없이 비판해낸다. 그가 병적 인격체라고 부르는 그들은 미 연방정부에서 높은 자리를 꿰차고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미치광이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펠릭스 호니커 박사와 같은, 또한 이라크를 공격하라고 외치는 부시와 같은. 그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의도이자 이들에 대한 대책안을 내놓았는데 이것 또한 재밌다.

 "대통령들, 상원의원들, 장군들, 이런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데 책은 써서 무얼 하나 하고 나는 걱정을 했습니다만, 대학에서 교편을 잡아보니까, 아주 좋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즉 장성이나 상원의원, 대통령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잡아서 그들의 두뇌를 인간성으로 중독시키자는 것입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라고 격려하는 것이지요."

 실뜨기 놀이, 원자 폭탄, 아이스-나인, 보코논교, 거짓말, 이것들이 바로 이 책의 키워드이다. 거기엔 음울한 유머도 뒤섞여 있어 읽는 내내 냉소를 품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자세히 언급은 안했으나 보코논교의 우주적 농담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속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코논서의 첫 문장이기도 한 보코논식 경고를 전하고 끝내겠다.

 "이제부터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려는 진실은 모두 뻔뻔스런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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