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나라에서 온 소년 라임 어린이 문학 28
토마시 콘친스키 외 지음, 다니엘 슈파체크 그림, 김지애 옮김 / 라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엔트로피 법칙이란 것이 있다. 열역학 제2법칙으로 알려져 있으며, 엔트로피의 증가는 분자들의 무질서도의 증가로 정의된다. , 열역학 제1법칙인 에너지보존의 법칙은 모든 에너지가 형태를 달리하지만, 그 에너지는 똑같다라는 것에서 열역학 제2법칙은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견해를 사회학적 관점으로 바라 본 사람이 있는데,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라는 책에서 만물의 유용에서 무용으로의 한가지 방향으로만 흐르며 결국에는 세계는 무질서에 휩싸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과학적이던 사회적이던 이러한 세계관은 당위라기 보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왜 세계가 시간이 지나면 무질서해는지, 혹은 일상적인 언어로 낡아가는지 우리는 그 이유, 당위를 묻지 않았다. 물론 제레미 리프킨은 엔트로피라는 사실을 가지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세계상을 주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에너지의 변화와 그 변화가 가역적이라는 사실에 대한 가치와 당위적 의견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시간 나라에서 온 소년은 이러한 사실적 현상에 대해 당위와 가치적인 해답을 주고 있다. 동화의 주인공인 타이포는 시간나라 초등학교 4학년인 요정이다. 시간나라의 요정들은 시간이 갈수록 세상이 낡고 더러워지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다. 타이포는 왜 이러한 일을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결국 여행의 끝에 엔트로피 법칙의 사실이 아닌 당위와 가치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어른 독자는 이러한 결말에 도달할지 모르겠다. 이 책은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동화의 결말과는 다르게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상상력, 그리고 우리가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반대로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그 결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좋지 않다고 본다. 이 책의 결말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는 것은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낡음은 그 옛날의 추억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훗날 나이가 들고, 표지가 바래고 낡아진 이 책을 보며 어린 시절의 독서의 즐거움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낡음이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