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4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안성찬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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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우리는 철학을 배울 수 없고, 철학함만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아마 윤리-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는 칸트의 말을 페러디하면 우리는 윤리를 배울 수 없고, 윤리함을 배울 수 있다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대한 윤리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책이라면, 윤리의 역사와 철학적 의미, 혹은 그 밖의 것을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윤리적 행위와 판단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스스로의 판단에 맞기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다 읽고 그런 생각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책의 첫부분, 저자의 글에서 이 책의 목표를 '올바르게 생각하는 시민을 만들어 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성장을 돕는데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목표에 대해 별로 생각을 하지 않고, 쉽게 설명해 줄 윤리를 기대했는데, 저자의 말이 정말 맞았다. 예화적 상황을 제시하며 저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15세 아들에게 묻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5세 아들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아주 쉽게 윤리 문제를 풀어낸다.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을 주면서 저자는 자신의 윤리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칸트 등 기존 윤리는 의무론적 윤리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당위적인 행위의 판단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논리적으로 정당화 시키지 못한 칸트는 내면에서 울리는 양심의 소리라는 모호한 개념을 사용해야만 했다. 이후 윤리학은 공동체주의 학파가 등장한다. 절대론적 윤리학보다는 시민이 도덕적 행위 판단을 만든다는 상대론적 윤리의 측면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점이 있는지 마이클 센델은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를 상당히 많이 언급한다.

하지만, ’윤리-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는 공동체주의의 상대론적 윤리 관점을 피하면서, 칸트로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절대론적 윤리 행위의 판단을 넘어가는 윤리적 행위에 대한 것를 말하고 있다. 개인적인 윤리학이지만, 공동체로 적용이 가능한 윤리학을 설파한다.

저자가 자유에 입각한 자신의 윤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설득적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성장을 돕는 것이 목표이지만, 저자의 설득적인 이야기에 빠져 스스로 생각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저자의 윤리 관점에서는 우리는 각각의 행위에서 책임을 고려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5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 있기 때문에 정말 친절하게 글이 전개된다.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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