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의 말 - 원시와 현대 예술에 관한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조르주 샤르보니에 지음, 류재화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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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게 한 책! 구조주의에 대한 통념적 인식의 오류를 바로잡고 구조주의가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알도록 설명한 역자의 탁월한 해제가 있어 별 한 개 더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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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 1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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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최고의 존엄임을 안 영리한 작가! 이책은 독자를 저자로 만든다.독자를 이토록 바쁘게 만드는 소설을 근래 본 적이 없다.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삶을 따라가며 나 역시 부지런히 내 삶을 다시 직조하고 나만의 <나의 투쟁>을 썼다.독자의 수만큼 많은 판본이 생기게 하는 것,그게 문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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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비 내리는 여행
오치근 외 지음 / 소년한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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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여행, 그리고 그림책 한 권 초록비 내리는 여행

 

1.

차나무는 특이하게도 가을에 꽃을 피우면 겨우내 간다. 그리고 일 년 뒤 가을이 오면 열매를 맺고 새로이 꽃을 피워 열매와 꽃을 같이 볼 수 있다. 때문에 이 일대에서는 차나무를 실화상봉수(實化相逢樹: 열매와 꽃이 서로 만나는 나무)라 부르며 귀하게 여겨, 어머니들은 딸이 시집갈 때 차씨를 싼 주머니를 챙겨 주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시집간 딸을 다시 만나기 어려웠던 만큼, 꽃과 열매가 한 해를 돌아 만나는 차나무처럼 딸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어머니의 염원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19)

 

차나무는 꽃과 열매가 만나는 데에 1년이 걸린다. 차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음료다. 그 풍미를 아는 사람만이 차를 즐긴다.

  2.

섬진강 여행때 오치근 화가로부터 마음이 담긴 그림 한 장을 받았다. 그림에 낙관이 없었다.

" 언제든지 이곳에 다시 와 주세요. 그때 낙관을 드릴게요. 세월이 걸려도 좋습니다. 이 인연이 여기서 끝이 아니고 다음을 기약하자는 의미에서 낙관을 하지 않았어요."

 

에둘러 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아는 그가 바로 <<초록비 내리는 여행>>의 저자다.  이 책은 지리산 자락에서 살고 있는 오치근 화가가  가족과 함께 우리 차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 남도의 차유적지를 두루 여행하면서 쓴 그림이야기로, 어른 아이 누구나 의 세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입문서이다. 차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대부분 중국차나 일본의 다도에 관한 것이고, 우리 차에 대해선 보성과 하동 차밭 정도나 기억하고 있는 게 우리들의 실정이라 우리 차에 대한 이런 자세한  안내서가  나온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책은 세겹의 얼개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저자가 아이들 눈높이로 쉽고도 생생하게 쓴 우리차 기행, 둘은 작가와 은별, 은솔이가 그린 차 유적지 곳곳을 담은 그림, 셋은 우리차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차 문화 전반을 알 수 있도록  덧붙이기 형태로 수록한 차 만들기, 차의 역사 등 차에 관한 전문적이고도 유용한 정보들이 그것이다. 이 셋이 어울어져 차의 세계를 향한 하나의 알차고 풍성한  여행의 길잡이가 되었다.  저자의 발걸음은 가장 오래된 차나무가 있는 경남 하동과 차씨를 가져왔다는 수로왕비 허황옥의 김해 유적 등  차의 발원지에서 시작되어, 구례 화엄사, 칠불사, 선암사 부안의 원효방과 울금바위, 녹우당, 다산초당, 대흥사 일지암, 진도의 운림산방, 광주의 춘설헌, 사천의 다솔사, 보성의 녹차밭은 물론이고, 경주 석굴암의 문수보살이 손에 든 찻잔에까지 이른다.  그 발걸음에 따라 차에 얽힌 고사가 실타래처럼 풀어나오고,  우리 차 문화를 이룩했던 다인들, 초의선사, 추사 김정희, 소치 허련의 아름다운 교유와,  다산 정약용, 의재 허백련, 효당 최범술의 차에 대한 사랑이 저자가 그린 운치있는 그림과 함께 펼쳐 진다. 차문화가 사찰문화와 밀접해 푸른 차밭과 산방의 대숲, 오래된 산사에 얽힌 옛이야기까지 들으며 책의 안내에 따라 여행하면,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와 더불어 차에 가까이 다가가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 저자가 답사한 우리 차문화의 현장

 

 

차의 세계에 입문하게 하는 것은 평생 지니는 좋은 취향 하나를 선물해 주는 것이다. 모든 기호품이 그렇듯 차는 여유의 산물이다.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라는 음료 만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차가 상징하는 모든 것을 마신다. 자연의 차나무에서부터 제다과정, 시음방법, 다기, 차관(다실), 심지어는 함께 차마시는 사람들과의 담소와 교유까지 마신다. 그래서 역사가 오랜 물건인 를 마시면 아주 두껍고 풍성한 이야기 속에 내가 편입되는 느낌이 들곤 한다. 차를 마시는 순간 나는 자연인 "나"가 아니라, 차로 매개된 보다 시원적인 어떤 것에 맞닿은 문화적 지층 속의  "나"가 되는 것이다. 내겐 차의 아우라가 덧 씌워진다. " 그이는 차마시는 사람이야". 차는 책, 언어나 음악처럼 하나의 세계를 향한 관문이다 

 

그런데 이 책이 여타 차에 관한 이야기와 다른 점은 우리 차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길잡이서가 될 수 있다는 점외에도  책 자체가 지닌 매력 때문이다. 차, 여행, 그림, 에두름의 상징인  셋이 한 곳에서 만난 책답게 책은 그윽하고 향기로운 글과  서정적인 채색 수묵화로 가득찼다. 책을 펼치면 제목처럼 푸른 찻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차 한 잔을 마신듯 청신해진다. 책을 만든 이들의 이름- 나리, 은별, 은솔, 은반-만 봐도 하나의 맑은 세계가 그려진다. 그림만 보아도 좋을 책이다.

 

*구름이 숲을 이룬 곳/ 진도의 운림산방

 

 

주마간산의 관광이 아니라 여행, 사진이 아니라 그림, 커피가 아니라 차가 있는 그런 삶, 그런 나들이가 그리울 때,  아니 훗날을 위해 그런 세계의 아름다움을 자녀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다면, 이 책의 목차를  이정표 삼아 시간 날 때마다 한 곳씩 남도 여행을 떠나보길 권한다.  초록비 내리는 이 푸른 오월이 그 시작이면 더 좋겠다.

 

* 덧붙이기: 목차

초록비 내리는 여행을 시작하며 4
· 은별이, 은솔이네 가족 소개 10

오래된 차나무를 찾아서 경남 하동의 천년 차나무 14
바다 건너 남쪽 나라 공주가 가져온 차씨 경남 김해의 장군차 21
덧읽기 차의 역사와 유래 28
어머님께 바치는 차 전남 구례의 화엄사 사사자 삼층 석탑 35
구름 위 정원에 퍼지는 황금빛 차 향기 경남 하동의 칠불사와 발효차 44
네 번 흘러 마음을 씻어 주는 찻물 전남 순천의 선암사와 야생 차밭 52
덧읽기 차나무와 차의 종류 60
깨달음과 상생의 차 전북 부안의 원효방과 울금바위 67
문수보살의 찻잔을 찾아 경북 경주의 석굴암 76
덧읽기 다구와 찻물, 찻자리 준비하기 83
초록빛 비가 내리는 집 전남 해남의 녹우당과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 90
차 향기로 맺은 인연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 99
덧읽기 강진 청자, 고려청자의 영광 110
차와 학문, 예술의 교류 공간 전남 해남의 대흥사 일지암 113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차 향기 제주의 추사 유배지와 오설록 티뮤지엄 121
덧읽기 차는 어떻게 만들까? 128
소나무 아래서 마시는 신선의 차 전남 진도의 운림산방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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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노무현
김수경 지음 / 한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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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한 사람이 죽으면 그를 알던 이들이 그 죽음을 애도하는 만가와 행장, 묘지명 묘비명을 썼다. 또 유족들이 고인을 위해 자료를 모으고, 문집과 함께 엮어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는 한 생에 대한 예의였다.  망자의 죽음은 그가 더불어 갖고 갈 나에 대한 기억의 죽음이기 때문에 나의 죽음이기도 하다.  반대로 내 기억으로 인해 그의 일부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망자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꺼내서 망자의 한 생을 온전히 완성시켜줄 의무를 지닌다.  그 의무를 마쳐야 비로소 한 죽음이 끝나게 된다. 망자와의 온전한 작별인사 그게 레퀴엠이고 애도사다.

작가 김수경은 스무해 넘게 교유했던 오랜 친구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내친구 노무현>>이란 문학적 방법을 통해 증언함으로써, 망자에 대한 의무를 완성했다.  저자는 장르와 소재, 문학적 기법 모든 곳에서 포갬과 뒤섞임이 일어나는 아주 독특한 소설 한 권을 친구 노무현에게 헌정했다. 책의 얼개는 저자가 11일 간의 여행동안 몰락한 자들의 도시를 돌면서 -아니 저자가 몰락한 자들을 찾아갔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만난 죽은 자들의 행적과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저자의 기억을 교차적으로 풀어놓는 형식으로 씌여졌다. 책 속에서 현실의 여행과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기억의 여행이 포개지고, 이 두 여행에 따라 공간과 시간이 뒤섞이며, 노무현 대통령은 몰락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증명했던 현실세계의 추방자며 순교자였던 사람들, 즉 마이너리티였으나  역사속에서 혹은 문학 속에서 부활된 사람들과 포개진다. 나아가 이 포갬과 뒤섞임은 구체적인 역사에 보편의 문학을 포개고 기억의 진실과 소설의 허구를 포개는 서술 방식에까지 일어난다. 이로써 저자는 노무현에게서 정치인의 아우라를 덜어내고 그 자리에 인간적 품위를 지녔던  "내 친구"의  진솔한 모습을 부각시켰고, 육체적으로 몰락함으로써 정신적으로 부활했던 "위대한 정신들"의 반열에 노무현을 편입시킴으로써 그를 역사적으로 부활시켰다. 문학의 자리에 올려놓는 것만큼 좋은 애도사는 없다!! 

 

그런데 저자가 문학을 통해서 복원하려 했던 진실은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의 진실이 아니라 노무현과 김수경 두사람 사이에 있었던 특별한 교유에 관한 "관계"의 진실이었다. 그녀가 증언한 것은 정치인 노무현이라기 보다는 그녀가 만났던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과의 우정의 역사였다. 그녀와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가 "정치적 거래관계"가 아니라 마음의 후원관계, 우정의 관계였다는 것이고, 또 그들의 우정은 실체적이라기보다는 그녀가 노무현에게 가졌던 환상과 믿음, 인상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노무현에게서 혁명적 이상과 진솔함, 개인적 매력을 느꼈고, 그 아우라는 그녀가 물심양면으로 후원할만한큼 경도된 것이었다. 그녀는 통속에서 그들의 만남을 구하려했고, 이 책은 그 점에서 성공했다. 그녀에게 노무현은 이념적 동지가 아니었고, 허물없는 친구도 아니었고, 숨겨진 연인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동지적 관계"가 그들 사이에 있었다. 그 모든 고초를 순순히 받아들이게 하는! 그것을 그녀는 "내 친구":라고 명명했다. 1987년부터 2009년 5월 23일까지 한 사람을 물들였던 아름다운 관계에 대한 기록, 사람의 아름다움을 엿보게 한 데에 이 책의 문학적 의의가 있다. 저자는 책을 쓰는 내내 "노무현은 '나의' 문학이 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역사의 특수성과 문학의 보편성이 만나는 지점, 정치인 노무현과 인간 노무현이 만나는 지점을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내 친구 노무현>>은 ":모두의" 문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보다는 문학의 알레고리로 읽는 것이 더 풍부하게 읽히는 이 책이 오로지 문학적 텍스트로만 읽혀질 수 없다. 애도라는 아주 사적인 일을 소설이라는 공적 기록물의 형식으로 출간할 때,  이 애도사는 불가피하게 정치적인 색채를 띄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이라는 "역사적 개인"과 만났고,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적 사건을 목격했기에 그의 소설적 증언은 불가피하게 대중적 담론의 영역 속으로 들어왔다. 이 책의 향방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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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노무현
김수경 지음 / 한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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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재, 기법 모두가 독특한 소설!! 책은 ˝노무현˝에게서 정치인의 아우라를 걷어내고 ˝내 친구˝에 주목함으로써 문학적 보편성을 획득했다.노무현과 김수경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그리고 나의 이야기로 치환될 수 있는 지점에 문학이 있다. 사람관계의 아름다움과 진실의 무게를 생각케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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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nkranz 2014-11-2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친구 노무현>>에서 만난 벤야민 사유의 흔적.....작가의 독서 편력이 책 속에 박혀 있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

˝만약 한 사람의 일생 동안 축적되었던 경험이 순간적인 파노라마로 흐르는 화면이 있다면 일생의 사건들 사이에는 시차가 없을 거야. 그러니 시간 배열도 순서도 필요없겠지. 순식간에 비단처럼 차르르 펼쳐질 거야˝226쪽

사족: 홍상수의 최근 영화 ˝자유의 언덕˝이 다룬 논점인 ˝기억이 시간 순서가 아니˝라던 것도 생각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