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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버리기 연습 - 하루를 낭비하게 만드는 불필요한 시간을 내 여유시간으로 바꾸는 방법
와카스기 아키라 지음, 김은경 옮김 / 북스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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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버리기 연습 / 와카스기 아키라 , 북스톤


잘못된 태도와 습관을 바로 잡아 내 몸에 숨어있는 키 뽑아내듯, 일상 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낭비되고 있는 시간을 뽑아내는 마법같은 책이 있다면 어떨까?

그런데 제목이 <시간 버리기 연습>이라니, 늘 금쪽같고 두번다시 되돌아오지 않는 세상 귀한 것이 시간이라 배웠는데, ‘시간을 버린다’는 발상이 무얼까 호기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는 시간 버리기 전문가들이다. 굳이 연습같은 거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그 흐르는 시간을 전혀 어떻게 픽업할지 고민조차 하지 못한 채, 많은 시간들이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겨보면 저자가 시간을 버린다는 의미, 그 의도는 물론 ‘유익한 시간’과 ‘소모적인 시간’ 중에서 후자를 뜻하는 것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가 있다.

이 책은 우선 ‘제목이 다 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정말로 쓸데 없는 시간을 양산해내기 위해 목숨을 걸어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 때문에 책에게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일상에서 우리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들을 구석구석 찾아 세목별로 정리해준다. 소모적인 시간이라는 것과의 정면승부는 물론이며, 돈, 업무, 정리벽, 고쳐야 할 성격 및 습관까지 코칭해주고 있다. 후반에는 대인관계에서 낭비되는 에너지, 화목하고 올바른 가족관계를 위해 필요한 자세 뿐만 아니라 아이에 대한 양육 및 육아에 대한 올바른 교육 방식까지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 이 책은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바쁜 분들은 목차를 훑어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내가 어느 부분에 소홀했고 배워야 할지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만 뽑아서 읽어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지향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도 책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20-08-07 금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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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가을도 봄
이순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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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은 가을도 봄 / 이순원 | 이룸



  어쩐지 소설이지만, 작가 본인의 유신시대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구냐 아니냐로 갈래를 따져보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이 이야기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현실이라는 생각이다. 작가로서 살아생전에 쓰고 싶은 작품이 있지만 그 중에선 '반드시 써야만 하는 작품'도 있을 법하다. 작가 이순원은 <춘천은 가을도 봄>을 탈고하면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 시대를 함께 했을 법한, 하지만 가슴에만 남았던 사람들을 이제야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이야기해볼 마음이 생긴 것이었을까? 2020어디쯤에서. 

  70년대의 유신시절의 무거운 시대적 배경을 깔고 있지만, 나는 한 세대를 비껴나간 독자다. 나는 그 시간들이 하나의 흑백사진처럼 남겨진 것을 보는 수밖에 없고 쓸쓸한 기분이 든다. 그 쓸쓸함을 무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젊은 날 기억 저편의 빛바랜 사진첩을 열어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은밀하고 아름답다. 당시로는 더없는 어둠이었어도 돌아보면 그것이 바로 우리 청춘의 가장 꽃다운 시절처럼 여겨지는 한 장 한 장 추억의 물증과도 같은 사진이 내게도 여러 장 있다. - 159쪽

  화자가 부정하고 싶은 사회적 기득권층의 가족내력과 배경, 그리고 그 안에서의 당숙의 존재, 화자가 만났던 지인들의 아픔은 결코 유신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사가 시대가 낳은 또다른 아픔도 있었다. 바로 채주희라는 인물이다.  
  
  ‘생각하면 자꾸 슬픈 마음이 들어. 진호 씨처럼 돌을 던지며 사랑할 진정한 조국을 갖지 못했다는 게. 엄마 때부터 숙명처럼 겪어온 모멸감이. 어쩌면 그것이 이 땅에 던져진 나의 원죄가 아닌가 싶어.’ -  340쪽

  채주희는 흔히 말하는 소위 '양공주'의 자식은 소위 '튀기'라는 인종비하적인 발언을 들으며 살아야 하는 태생이다. 유독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씌우는 프레임들이고 그 유례도 다른 세계에서는 찾기 힘들 정도다. 이런 슬픈 숙명론을 가진 채주희는 진호라는 남자를 만나지만 소설은 진호의 시각에서 바라봐지는 객체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채주희가 한국을 떠날 때 화자에게 남긴 편지에서는 '진호처럼 돌을 던지며 사랑할 진정한 조국을 갖지 못한' 자신이 진호를 바라보며 느끼는 서글픈 주체였음을 깨닫게 해준다. 
  또 한 사람. 당숙은 시인이다. 시는 약자의 편이다. 하지만 시가 아우르지 못하는 더 어둡고 습한 영역, 그 음지에서 사는 사회적 최약자들은 여전히 작가의 시대적 회고에서 다 말해질 수 없는 미결된 과제로 남는 것 같다. 미결된 상태에서 지금은 찾을 수도 없는 사라져간 영원한 약자들을 어떻게 아우를 수 있을까. 그저 그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일, 그들의 이야기를 반추하고 다시금 생명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직종은 다름 아닌 작가가 아닐까. 그래서 화자 혹은 작가는 소설가의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앞서 말한 작가가 지었던 '마음의 짐'의 이유가 어느정도 풀릴 법도 하다. 


  - 마치며. 
  요즘처럼 모호하고 문체와 사물을 앞세운 젊은 작가 소설의 유행 속에서, 그 소설들에 겨우 익숙해진 나는 그저 그 모호함을 조용히 견뎌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해석이 다 나와있고, 모호함의 여지조차 없는 이 장편을 대하면서 오히려 낯설어하는 나를 보며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 그렇게 성급한 잣대를 들이댔는가 싶다. 아무리 지난 이야기의 회고형식을 가지고 있던들, 그 문체들이 요즘의 것이 아니라 해도, 그 시대 그 인물들을 완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릴적부터 내가 알던 그 문학은, 나에게 지엄하게 이야기한다. 준호와 채주희, 그리고 당숙처럼 쓸쓸히 살다 간 사람들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라고. 


  20-07-3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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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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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 박소현 옮김, 동양북스


 


  책 제목은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나는 아이가 없다. 심지어는 솔로다. 그런 내가 이 책을 골라든 것은 미술이라는 키워드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아이가 없지만, 아이를 갈망한다. 아이는 내 안 어딘가에 있는 아이다. 불편하고 불합리한 TMI를 뱉어버리는 방법을 모른 채 모범생이 되기를 갈망했던 아이. 어떤 답이 나오지 않으면 불편했던 아이, 그리고 나름대로 어떤 정리를 해주어야만 편히 잠을 들 수 있었던 아이.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라고 자신하던 아이. 하지만 재료를 가져다주면 온종일 멋진 작품을 생각만 하다가 밤이 늦어서야 퍼즐 조각에 간신히 손을 대다 스르르 잠들어버리는 아이. 

  꿈에서는 퍼즐조각을 맞추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유형화된 결과물을 먼저 상상해버린 대가를 치르느라 오히려 꿈에서 추방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 아이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다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자고 속삭인다. 하지만 아이는 배우기 싫다 한다. 노잼이라고 한다. 


  - 응, 노잼이야. 제법인데? 


  나는 아이에게 자신있는 표현을 한 것을 칭찬한다. 아이는 살짝 눈을 빛낸다.


  - 세상이 노잼이라고? 그럼 왜 사는 건데?


  아이가 반응해온다. 나는 아이에게 여러가지 이유를 만들어내려고 진땀을 내다가, 이번에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한다.


  어려서부터 사유강박이라는 마법에 걸렸다. 나는 그 대가를 요즘에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그래서 말하려는 바가 뭔데.'


  '어떤 메시지를 담아내려 한 걸까?'


  '이면의 배경지식을 모르니 알 수가 있나'


  많은 핑계와 구실을 만들어내며 나는 작품들 앞에서 문외한이 되고 입을 닫아버린다. 


  요즘의 문학작품 시, 소설은 딱히 사유가 없는 것들도 많다. 스타일, 새롭게 말하는 방식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여기서 필요한 건 꼰대가 아니라 아이다. 그 아이.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이가 되어보기 위해서라기보단, 내 안에 아직 숨어 있는 아이에게 고개를 삐죽 내밀어 보라고 말하고 싶어서. 

  배움이라는 게 웃긴 것이 이야기를 듣는 쪽보다 이야기를 하는 쪽에서 더 많이 배운다는 사실이다. 남에게 이야기를 건넨다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예술가의 작품을 두고 이야기를 하자니, 내 마음부터 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미술관에 예매를 한다. 그러고나서 습관적으로 도슨트를 검색한다.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으면 별 수 없이 안내서가 될 이어폰과 플레이어를 대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조차 없으면 불안하다. 나 빼고 다 작품을 이해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귀에 꽂은 것 없이 그냥 멍때리며 그림을 둘러볼 뿐이다.


  가이드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여도 막상 그림 앞에 바짝 다가서면 멈칫한다. 그러다가 나는 또 대열을 따라 이동한다. 그러면서 자기만의 속도를 잃는다. 내가 그 그림을 왜 좋아할까, 더 나아가 내가 그 화가를 좋아하는 이유까지 잃어버린다. 그리고 아이는 그만큼 나에게 멀어져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고쳐나간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냥 멍때리며 그림을 둘러보는 것에서 즐거운 발걸음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아이에게 미술을 보는 안목 가르치기(차례에는 그렇게 써 있지만)를 위한 목적이 전부가 아니다. 아이에게 그림을 보는,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함께 그림을 보며 이야기하는 동안, 어른도 안목을 키우고 새롭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테마강요, 사유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같다. 


  그렇다고 기존의 미술을 보는 태도들을 전복시킨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쩌면 그림을 바라보는 안목이라는 게, 대화를 하는 스타일을 살짝 비틀어보는 정도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대상이 왜 아이인가. 독자가 부모라서?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아이와 미술 이라는 두 대상이 만나면서 세계는 한층 더 풍부하고 유연해진다. 

  그래서 아이와 미술이라는 만남이 상상의 세계에서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현실로 복귀할 때면 세상이 조금 근사해져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책의 구성은 심플하다.


  1부에서는 아이와 함께 미술을 감상하는 태도에 대해 다각적으로 이야기한다.

  2부는 이 책의 진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여러 화가들의 도판을 싣고, 연령대별로  5~7, 8~10, 11~13세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가 가장 흥미있는 연령대는 5~7세였다. 나는 해묵은 많은 것들을 벗겨내고 해체시켜야 하지만, 5~7세의 연령들은 아예 해체할 것이 없기 때문에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만일, 이 책을 빨리 읽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면?

  대부분은 아이들에게 미술을 감상하는 태도들을 다각적으로 정리한 1부를 읽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진심은 2부에 있는 것 같다. 

  2부는 별 거 없다. 그림을 보고, 대화를 나눈다. 

  미술작품 앞에 서서 감상하는 것도 딱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2부의 한 장 한 장을 즐겁게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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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2016.5 - Vol.737
현대문학 편집부 엮음 / 현대문학(월간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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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정이현 작가의 `서랍속의 집`편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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